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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의 블토경]구성의 모순, 뱅크런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경제학의 거장 중 한 명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거시안정화정책의 원류가 된 저서인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로 유명하지만, 거시경제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간결한 설명인 `구성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으로도 유명하다. 구성의 모순은 한 경제 시스템 내에서 개별 경제 주체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경제 시스템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개별 경제 주체의 합리적인 선택이 비합리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개별 경제 주체의 합리적 선택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증가시키는 행위다. 저축을 증가시켜 장래 불안정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이러한 합리적인 행위는 경제 시스템 전체적으로 보면 유효수요를 감소시켜 오히려 경기침체를 가속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금융에 있어 이러한 구성의 모순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예 중 하나가 뱅크런(Bank Run)이다. 다이아몬드와 디빅(Diamond and Dybvig, 1983)에 의해 이론적으로 연구된 뱅크런은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다. 그 간략한 작동 기제는 다음과 같다. 부분지급준비제도 시스템 하에서 은행은 저축을 일부만 보유하고 나머지를 대출한다. 물론 이는 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에서 금융위기가 곧 다가오고, 이 상황에서 은행 혹은 금융회사로부터 저축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심리가 시장에 퍼진다. 이 심리에 위기를 느낀 개인들은 은행이 실제로 위기에 처하기 이전에 자신의 저축을 돌려받기 위해 은행으로 가는데, 부분지급준비제도 시스템에서 각 개인의 예금인출 요구는 문제가 아니지만, 이러한 요구가 집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은행의 유동성 위기는 실현되고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의 조기 회수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금융위기 혹은 경제위기는 실현된다. 즉 금융위기에 직면하여 예금을 조기인출하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금융위기를 실재로 발생시키는 비합리적 결과를 야기한다.

물론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겪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예금자보호법 혹은 예금보험 등을 통해 개인에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예금을 보장함으로써 구성의 모순을 통해 불안심리가 실현되어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일을 예방하고 있다. 즉 뱅크런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여 금융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일정 수준 담보하는 행위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구성의 모순으로서 뱅크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신뢰의 문제다.

문제는 이러한 뱅크런이 현행 암호화폐 시장에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국에서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은 긍정도 부정도 되지 않은 상태이며 이것들이 상장되어 거래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부에 의해 벤처 및 중소기업 지정이 불가한 여섯 업종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이 시장에서는 뱅크런의 위험이 상존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언제든지 그 가치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문제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업계에도 있다. 작년 11월부터 시장이 과열되면서 돈을 번 사람들이 나왔고 그에 더해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증가했으며 이에 편승해 투자자금을 유치한 뒤 잠적하는 스캠이라 불리는 사기도 증가했다. 지난 10월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Y)이 발표한 보고서 역시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 시장 과열, 묻지마 투자, 그리고 사기성 프로젝트. 이 넷이 융합된 결과 현재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은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그 결과 이 시장에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일종의 스캘퍼(scalper, 초단기거래 투자자)가 되었다. 시장의 작은 변화 혹은 이슈에 급변하는 가격을 이용한 단기 차익거래를 노리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장이 바람직하지 않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물론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이 최초에 탈중앙화와 법정 화폐 대체를 주장한 까닭에 정부로부터 백안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버블이 한 차례 지나간 현재, 상당수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는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탈중앙화 전자화폐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생태계 내에서 기능하며 법정화폐와 공존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규제도 없는 현재 상황보다는 프로젝트와 투자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규제를 통해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시장이 어느정도 안정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난립한 중소 거래소가 정리되고 불확실한 프로젝트도 정리되어 시장 전체의 안정성의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분명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은 문제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를 바탕으로 무조건적인 규제만 하기에 이 시장은 상당히 커졌다. 그렇다면 오히려 적정 수준의 규제를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전체 경제 시스템에도 오히려 더 나은 일이 될 것이다. 뱅크런으로 인한 침체는 비단 금융시장에서만 이뤄지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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