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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의 블토경]법정화폐와 공존 가능한 블록체인 토큰

정재웅 레밋 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지난 9월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안정적인 암호화폐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했다. 그에 의하면 담보로 뒷받침되든, 그렇지않든 현재 발행되는 안정적인 암호화폐는 환율에 대한 투기적 공격 혹은 환율을 방어하고자 하는 신흥국 중앙은행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허상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런 안정적인 암호화폐에 대한 믿음은 신화에 불과할까.

주권국가의 시스템 안에서 살고 보호받으며 세금을 납부하는 이상 우리는 법정화폐를 벗어나 생활할 수는 없다. 아이켄그린과 달리 미네소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학자 나라야나 코컬라코타는 1998년 논문에서 한 경제 체제 내에서 발생하는 경제활동을 모두 기록할 수 있다면 그 기록의 상계를 통해 거래를 청산할 수 있기에 화폐가 필요없지만 이러한 모든 경제활동의 기록이 불가능하기에 이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화폐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코컬라코타에 의하면 `화폐는 기억(Money is Memory)`이다.

이러한 기억으로서 화폐는 곧 블록체인 기술과도 연관된다. 비잔틴 장군의 문제를 해결해 네트워크에서 해킹이나 위조가 힘든 블록체인 특성상 한 경제체제 내의 모든 활동을 지워지지 않는 형태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스웨덴 중앙은행 보고서에 나오는, 모든 국민이 중앙은행에 계좌를 갖도록 만드는 프로젝트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기록과 그 기록을 이용한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에 더해 우리가 고려할 것은 리버스 ICO(암호화폐공개)다. 플랫폼을 만드는 ICO와 달리 디앱(dApp)을 만들어 오프라인에서 영위되던 사업을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리버스 ICO의 목적은 현행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보편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영역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블록체인 토큰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블록체인 토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블록체인 토큰의 작동 매커니즘에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적용하는 토큰 이코노미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미 제한된 생태계에서 화폐 역할을 대신하는 토큰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봐왔다. 지금은 없어진 버스 토큰부터 문화 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이 그 예다. 이러한 버스 토큰이나 문화 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 역시 안정적인 가치를 지니며 한 경제체제 내에서 기능하고 있다.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암호화폐는 신화가 맞다. 주권국가의 체제 내에서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교환의 매개, 그리고 국가 지불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법정화폐 역할을 대신하는 암호화폐는 존재할 수 없으며 만약 존재한다면 그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현재 수많은 블록체인 토큰 스타트업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암호화폐가 아니라 제한된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 토큰이다. 이러한 블록체인 토큰은 그 경제학적 메커니즘만 잘 설계하고 신뢰성 있게 운영된다면 안정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 예를 우리는 바로 위에서 보았다.

그렇다면 역으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가 아니라 제한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안정적으로 기능하는 블록체인 토큰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자본을 조달한다면, 그게 과연 기존 스타트업의 자본 조달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그 차이점은 바로 블록체인에 기술에 있다. 기존 메커니즘은 신뢰할 수 있는 중간 매개자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즉 계약 체결이나 대금 지급결제 등 사업의 각 영역에 있어 신뢰를 형성하고 계약의 이행을 책임지는 매개자가 있어야 했고 이러한 매개자를 찾는 행위 혹은 이러한 매개자를 두고 거래를 하는 행위는 거래비용을 증가시켰다. 블록체인 기술은 신뢰할 수 있는 중간 매개자 없이 거래가 체결되기에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아이켄그린의 안정적인 암호화폐에 대한 비판은 분명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상당수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의 목적은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안정적인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체 생태계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블록체인 토큰을 만드는 일이고 이는 위에서 말한대로 상품권 혹은 토큰과 유사하다. 즉 법정화폐와 블록체인 토큰은 얼마든지 공존이 가능하다. 물론 블록체인 토큰의 존재로 인해 거래비용은 더 낮아질테고 이는 분명 진보라고 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의 저서 `경제사에서의 구조와 변화(Structure and Change in Economic History)`에 따르면 인류 역사의 발전은 거래비용을 절감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블록체인 역시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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