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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의 블토경]금융위기의 기원과 블록체인 토큰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전까지 금융위기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 -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조지 소로스의 공격 등 - 를 제외하면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반면,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의 명실상부한 리더인 미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금융위기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정부의 인위적 저금리 정책 및 이에 기반한 저신용 계층에 대한 주택 공급 정책이 꼽히지만, 이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융위기로 증폭된 데에는 파생금융상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생금융상품이 이처럼 금융시장과 금융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

1980년대 이후 국제 금융 시장은 점차 통합되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유동성 공급은 크게 증가했지만, 그와 반대로 투자 대상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소비에트 연방을 비롯한 동구권은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에너지, 생명공학 등 새로운 산업은 아직 거대 자본을 끌어들일 정도로 도약하지 못한 상태였고,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 역시 그 맹아가 겨우 나타난 상태였다. 1990년대 이후 실질적인 투자처가 독일의 통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인한 동유럽 국가들의 시장개방,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났지만, 세계에 유통되는 거대 유동성을 다 흡수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후에 남미부채위기, 영국 파운드화 위기, 멕시코 페소화 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등 금융위기가 반복되면서 자본은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었다.

미국으로의 지속적인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이자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가져왔다. 1980년 미국의 단기 이자율은 15%이상으로 치솟았으나 1990년 초 3%대로 하락하였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이자율 하락은 일본과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이자율의 지속적인 하락은 부채의 만기가 자산보다 훨씬 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의 재정악화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 이 기관들의 고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월스트리트에서 다양한 부채담보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을 만들어 내어 공급한 것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부채담보증권들의 기초가 되는 주택담보부채(Mortgage Loans)은 개인이 집을 구매하기 위하여 자신이 구입할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얻은 부채다. 모든 시민이 집을 갖도록 한다는 미국정부의 정책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담보부채를 공급하였는데, 이게 바로 문제가 된 비우량 주택담보부채(Sub-Prime Mortgage Loans)다. 주택저당부채를 담보로 하여 만들어 낸 부채담보증권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중개로 세계 전역에서 판매되었다. ‘독일의 치과의사가 미국의 저소득층이 집을 사는데 자금을 공급한다’는 유명한 말은 이 현상에서 비롯되었다.

위기는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비우량 주택담보부채의 부도가 증가하면서 왔다. 이자율 상승으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채무불이행율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한 부채담보증권의 신용도와 가격이 하락하였다. 이 신용도와 가격 하락은 전염효과를 통하여 모든 부채담보증권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융통하는 환매체(Repurchase Agreements)를 통하여 단기자금의 수요를 채웠는데, 부채담보증권들은 위기의 발생과 더불어 담보의 역할을 상실하였다. 이로 인해 매일 2-3조 달러의 거래규모를 가지던 환매체 시장이 급속히 축소되었고, 이는 금융시장 유동성의 급격한 축소로 이어졌다. J. P. Morgan에 매각된 Bear Stearns나 파산한 Lehman Brothers 모두 부채담보증권과 환매체의 유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금융기관이었다.

이상이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의 개략이다. 이후 전개과정은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대형 금융회사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구제금융을 통해 이를 지원했다. 이에 대해 납세자인 시민의 불만은 고조되었고, 결국 이러한 납세자인 시민의 불만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대두로 이어졌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가 2008년에 발표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 기인한다.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수학적 알고리듬에 의해서 발행되고, 이전되며,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굉장히 아름답지만, 사실 현실에 있어서는 다소간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거래가 승인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에 더해 가치 변동성이 크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체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토큰이 발행되었고, 가치 안정화를 추구하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암호화폐 역시 상술한 증권화를 통한 금융공학적 방법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공학적 방법론은 그 기초를 경제학만큼이나 수학과 컴퓨터 공학에 두고 있기에 사실 암호화폐 역시 금융공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단계로 나누어 가치 안정화를 추진하는 상당히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그 백서를 뜯어보면 금융공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경우가 많다. 이는 최근 대두되는 STO의 경우에 더 두드러진다. 사실상 STO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논리는 금융공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논리의 반복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10년, 암호화폐를 통해 탈중앙화를 꿈꾼 사람들은 한바탕 백일몽을 꾼 것에 불과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분명 분산원장, 스마트 계약, 암호화 알고리듬은 그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이다. 문제는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보의 비대칭과 편중을 해결해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획득하고 분석하여 제대로 된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데 있다. 그렇지 않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또 다른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불과하다. 기술 발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보와 지식을 모두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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