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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 침해 vs 정당한 조치'…`위헌 심판대` 오른 암호화폐 대책

헌재, 헌법소원 제기 2년 만에 공개변론
헌법소원 대상·기본권 침해 여부 등 3시간 열띤 공방
참고인 나선 전문가들도 의견 분분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국민의 경제적 자유 침해다”(헌법소원 청구인 측 대리인), “자금세탁 방지 등을 위한 정당한 조치다”(정부 측 대리인)

지난 2017년 말 정부가 가상통화(암호화폐) 투기 근절 차원에서 내놓은 고강도 대책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두고 3시간 가량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청사 대심판정에서 변호사 정모씨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정부의 암호화폐 관련 긴급 대책 등에 대한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된 지 2년여 만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위헌확인 공개 변론을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상은 암호화폐 투기 열풍을 근절하겠다며 정부가 2017년 말부터 내놓은 일련의 고강도 규제다. 정부는 2017년 12월 28일 관련 부처 차관회의를 한 뒤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특별대책을 발표한 뒤 이듬해 1월부터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 시 가상 계좌를 활용할 수 없게 됐고, 본인 확인을 거친 은행 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이 허용됐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정부의 조치가 헌법소원 대상인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있는지와 암호화폐 취급업소 이용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 크게 2가지가 쟁점이 됐다.

◇ “위헌 결정 나야” vs “각하돼야”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직접 나선 정씨는 정부의 조치가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재산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정부 조치는 암포화폐의 교환가치를 떨어뜨리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재산 처분 권한을 제한한다”며 “공권력으로 재산권을 제한하면서도 대의기관을 거치지 않아 `법률유보원칙`(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을 통해서만 국민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등과 같은 법률에 의한 조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씨는 이어 “이 사건을 합헌으로 판단할 경우 국민의 경제적 자유가 금융당국에 의해 유린되는 상태가 마구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청구인인 금융위원회 측 대리인은 헌법소원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어 각하돼야 한다고 맞섰다.

금융위 측은 “정부 대책은 시중은행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조치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시중은행일 뿐 (암호화폐)이용자에 대해선 간접적·사실적 효과를 미치는 데 그쳐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할지라도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행법·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를 두고 있어 법률유보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전문가 의견도 분분…논의 내용 확인 요청에 “추후 보충서면 제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우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고려할 때 정부의 행정조치는 필요했지만 기존 시장 참여자들의 자산손실은 공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결과였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점진적이고 완화된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고 규제 방법이 타당했는지 숙고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위 측 참고인으로 나선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은 “암호화폐는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특정할 수 없고 실물 없이 컴퓨터의 기록에만 존재한다”면서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현금보다 자금세탁, 범죄수익은닉 등에 용이하게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한 의장은 또 “정부의 대책은 기존 금융의 규제 체계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모든 금융거래 당사자에게 공통적인 것으로 암호화폐 이용자나 취급업소에 대해서만 예외로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헌재는 2017년 12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가 두 차례 개최됐는지, 회의에서 거래 실명제 실시,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에 대한 구속수사, 법무부가 제안한 취급업소 폐쇄 등을 비롯한 대책들을 실제 협의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소명을 요청했다. 금융위 측 대리인은 구체적인 답변을 보충서면을 통해 추후 변론에서 공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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