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것은 선고문이다. 최 부장판사는 “수년에 걸쳐 막대한 인원이 투입된 이 소송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과학적 분야의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는 인보사를 다루는 미국과 한국의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과학을 과학으로 다뤘다. 실제 FDA는 2019년 5월 임상 중단 결정을 내렸으나 안전성을 점검한 뒤 2020년 4월 임상 재개를 허용했다. 인보사는 올 7월 미국인 환자들을 상대로 3상 투약을 완료했고, 오는 2027년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게 목표다.
신약은 인고의 산물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성공 확률도 낮다. 한국은 이 시장에 이제 겨우 발을 들여놓았을 뿐이다. 한국이 메이저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시행착오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법원은 인보사 성분 착각을 안전성과 무관한 시행착오라고 인정했다. 최 부장판사는 과학에 대한 사법 통제라는 화두를 던졌다. 우리 모두가 깊이 고민할 대목이다. 인보사 1심 판결은 근래에 보기 드문 명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