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오너家 3·4세 전면 배치…세대 교체 빨라진다

HD현대 정기선, 1년만에 수석부회장…핵심 과제 직접 챙겨
한화 김동관, 한화임팩트 대표직 추가… 신성장 동력 발굴
수평적 소통 주도…조직쇄신 및 새로운 기업 문화 확산
AI 등 시대 급변에 젊은 오너십 부각…신성장동력 확보 사활
  • 등록 2024-11-28 오전 8:17:43

    수정 2024-11-28 오전 8:25:07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주요 대기업 연말 사장단 인사가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30~40대의 재계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 등을 비롯해 내년에도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은 그룹 최전선에 서서 위기 극복 및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동휘 LS MnM 대표이사 CEO 부사장,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사장)
업계에서는 젊은 오너들의 승진이 빨라진 것에 대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저출산·고령화 등 급변하는 시대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빠른 상황 판단과 결단력이 필요한데, 이런 상황에선 그룹내 오너가 3·4세 역할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빠른 승계 작업을 통해 조직을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젊은 오너십을 바탕으로 조직 쇄신을 넘어 소통 강화 등 기업 문화 혁신도 꾀할 수도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안정적 경영 승계…소통 강화·기업문화 쇄신

HD현대는 최근 정기 인사를 통해 정기선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승진한 것이다. 이번 인사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대표적인 준비된 후계자로 불린다. 정 수석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승진한 후 2년 1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부회장 승진을 마쳤다. 정 수석부회장의 동생 세 명은 모두 HD현대 및 계열사 지분이 없다. 정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HD현대 차기 총수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주요 핵심 과제들을 직접 챙기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친환경·디지털 기술 혁신, 새로운 기업문화 확산 등을 주도해 나가는 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너가 젊은 세대들은 일찌감치 그룹에 합류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단계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는 추세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능력을 검증받는 시간도 충분히 가진다. 그만큼 그룹 내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조직 내 소통에도 능숙한 편이다. 재계 관계자는 “A그룹 오너 3세의 경우 올 초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저녁식사를 가졌는데 직원들 반응이 좋았다”며 “통상 오너일가라고 하면 권위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면서 조직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젊은 오너십’…급변하는 시대, 먹거리 발굴

전문가들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오너가 3·4세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파로서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AI·로봇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그룹 입장에선 젊은 오너십을 통한 신속한 대응으로 미래 신성장 사업 선점에 나설 수 있다.

앞서 조기 인사를 진행한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 역시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이사 자리에 추가로 이름을 올리며, 그룹 내 석유화학 계열사 위기 극복 및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한화임팩트는 한화그룹 미래 혁신기술 분야를 이끄는 업체로, 폴리에스터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제조하는 사업부문과 에너지 전환, 라이프 사이언스, 디지털 등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투자부문으로 나뉜다.

구동휘 LS MnM 대표이사 CEO 부사장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 부사장도 LS MnM 최고경영자(CEO)로 신규 선임되면서 그룹 ‘비전 2030’의 핵심 신사업인 배·전·반 중 배터리 소재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 예정이다. 구 부사장 또한 2013년부터 LS그룹에 합류해 LS일렉트릭, ㈜LS, E1 등을 거쳐 지난해 LS MnM COO에 오른 지 1년 만에 CEO를 맡게 됐다.

LX그룹에서도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 신임 사장은 2022년 12월 설립된 LX MDI 초대 대표를 맡아 회사 경영을 이끌어 왔다. LX MDI는 그룹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정보기술(IT) 혁신, 인재 육성 등을 맡고 있는 계열사다. 구 사장은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를 다지며 향후 경영 보폭을 더욱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젊은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스로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 보여야 하는 시점도 앞당겨졌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그룹 위기관리는 물론 신성장 사업 동력 발굴까지 모두 함께 챙겨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향후 대응 방향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시대 변화에 걸맞게 경영 전면에 나서는 오너 3·4세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역량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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