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에 이어…민주당, 가상자산 과세 유예로 급선회한 까닭은

박찬대 원내대표 "지금은 추가적 제도 정비가 필요"
'5000만원' 공제안 대신 2027년까지 과세 유예로 선회
야당도 환영…업계도 "2년간 기준 및 시스템 마련해야"
금투세 이어 '감세 포퓰리즘' 지적…당 정체성 훼손 우려도
  • 등록 2024-12-01 오후 3:28:47

    수정 2024-12-01 오후 6:49:35

[이데일리 김인경 김가은 기자] 국회 과반을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코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방침에 동의하기로 했다. 800만 명에 이르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발과 과세 시스템 미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까지 유예로 선회하며 민주당이 여론의 압박에 번번이 기존 태도를 뒤집는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 세번째)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랜 숙의와 정무적 판단…2년 유예 결정”


1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한 깊은 논의를 거친 결과, 지금은 추가적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원내대표는 “오랜 숙의와 정무적 판단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12월 도입돼 2021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유예됐다. 올해도 민주당은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되 공제액을 현행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20배 상향하자고 주장해 왔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를 2027년으로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당초 민주당 주장대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투자로 1억원의 수익을 낸 경우 5000만원을 제한 금액에 세율 20%를 적용한 100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지방세 2%(100만 원)까지 합하면 세금은 1100만 원다.

하지만 800만 명에 이르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에 민주당도 2년 유예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등록된 ‘2025년 1월 1일 코인(가상자산)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은 단 하루 만에 5만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하나의 세트”라며 “둘은 같은 투자인데도 한쪽은 폐지, 한쪽은 과세한다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과세 유예안을 들고 나오자 여당은 환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을 이겨 먹는 정치는 없다”며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들과 함께 집중해서 주장해 온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결국 결정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청년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투세 이어…또 입장 뒤집은 민주, 감세 포퓰리즘 지적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결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한다. 비록 2020년부터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직 세금을 매기기에는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과세를 하려면 시스템이 구축이 돼 있어야 하는데 가상자산 과세시스템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는 데다,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투자자의 자진 신고에 의존해야 한다는 맹점이 대표적이다.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와 달리 코인베이스,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는 국세청이 거래 내역을 확보하기 어렵다.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고 난 다음, 국내 거래소 지갑으로 옮겨 매매하면 과세 표준액을 잡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성희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전문가들도 가상자산 소득 신고 시 과세 표준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수정 신고나 정정 청구가 늘어나면서 가산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면서 “2년 유예 기간 동안 과세 표준 산정 기준과 시스템을 명확히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투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까지 민주당이 여론 압박에 당론을 뒤집으며 ‘우(右) 클릭’ 행보를 보이는 만큼, 당 정체성 훼손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기본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데다 세수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감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은 수용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가상자산 과세와 달리, 배당소득 분리 과세는 ‘초부자 감세’의 완결판”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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