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한국의 젠슨 황.”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위기에 놓인 반도체 제조업체에 베팅해 큰 성공을 거뒀다면서 그를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 최태원 SK 회장. (사진=S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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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황 CEO가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는데, 최 회장의 부상도 그에 못지않게 극적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그늘에 가려졌던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가 됐고, 이를 계기로 엔비디아 주요 협력사인 SK하이닉스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제조) 업체 TSMC 모두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AI 수혜자가 됐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최 회장의 새로운 자신감이 SK하이닉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반영한다”고 표현했다. 최 회장은 2012년 빚더미에 앉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매우 위험한 도박을 했다. 하이닉스는 1983년 현대일렉트로닉스로 출발해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1990년대 후반 디램 가격 폭락으로 회사는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2001년 8월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뒤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상태였다. SK그룹은 석유와 통신을 주요 사업으로 했던 만큼 주변에선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SK는 하이닉스 인수 이후 연구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HBM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해당 팀을 사실상 해체한 시기에도 HBM 개발을 이어갔다.
덕분에 오픈AI가 생성형 AI인 챗GPT를 공개한 2022년 말을 시작으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을 때 SK하이닉스는 ‘AI 열풍’이라는 파도에 탈 준비가 돼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HBM은 AI 반도체에 필수로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를 주요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초부터 100% 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