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영현, 메모리 초격차 직접 챙긴다…HBM 반등 특명(종합)

전영현 삼성 부회장, 8년만에 메모리사업부장 직접 맡기로
JY 찍은 파운드리도 확대…미주총괄 한진만, 새 수장으로
한종희·노태문·용석우 유임키로…가전 등 실적 선방 평가
  • 등록 2024-11-27 오전 10:50:47

    수정 2024-11-27 오전 10:56:18

[이데일리 김응열 김소연 조민정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사업 근원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었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직접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챙기고, 미국 네트워크가 풍부한 한진만 DS부문 DSA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파운드리사업부장을 새로 맡는다. 위기에 빠진 메모리의 리더십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파운드리 사업 육성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DX부문의 스마트폰, TV, 가전 수장들은 자리를 지켰다.

전영현에 떨어진 ‘메모리 초격차’ 특명

삼성전자(005930)는 2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장 승진 및 위촉업무 변경 인사를 발표했다.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다.

가장 주목 받는 인사는 전영현 부회장이다. DS부문장을 맡고 있는 전 부회장은 DS부문 산하의 메모리사업부 수장을 겸하며 메모리 사업을 직접 챙기기로 했다. 동시에 사업 책임제 강화 차원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아울러 SAIT(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함께 맡는다.

전 부회장은 올해 5월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삼성 반도체 사업을 이끌기 시작한 인물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에서 경쟁력 확보가 늦어지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는 D램·플래시개발, 전략마케팅 업무를 맡은 뒤 메모리사업부장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14년 말부터 2년여간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았는데, 이번에 거의 8년 만에 다시 메모리를 직접 챙기게 된 셈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전문가인 전 부회장에게 메모리사업부를 다시 맡기는 동시에 SAIT까지 이끌게 한 건 반도체 근원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현재 메모리 시장은 HBM이 전체 D램 매출을 좌우할 정도로 HBM 의존도가 크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비교해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AI ‘큰 손’ 엔비디아향 HBM3E 품질 검증(퀄 테스트) 통과가 시급하지만, 그 시점은 당초 예상했던 3분기에서 4분기로 늦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전 부회장에게 메모리 사업 전권을 부여하고 메모리 사업과 기술 초격차를 직접 챙기도록 한 것이다.

파운드리도 분위기 전환…한진만 사장 체제로

파운드리 사업 수장은 한진만 사장이 맡는다. 한 사장은 D램·플래시 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말 DSA총괄로 부임해 현재까지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미국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교체 역시 파운드리 육성에 지속적으로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려는 열망이 크다”며 “분사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파운드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줄지 않고 미세공정 수율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한 사장이 맡게 될 최대 과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가 많은 미국 현지에 익숙한 한 사장에게 파운드리 사업을 맡겨 공정 기술을 혁신하고 핵심 고객사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강화를 위해 파운드리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까지 신설했다.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이 파운드리 CTO를 맡는다. 남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다.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 개발을 주도했다. 또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DS부문 제조&기술담당 등을 지내며 선단 공정 기술확보와 제조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 (사진=삼성전자)
DS부문 전반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DS부문 직속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도 새로 만들었다. 이 업무는 김용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이 담당한다. 김 부사장은 업무가 바뀌는 동시에 사장으로 승진한다.

김 신임사장은 반도체 기획·재무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경험한 전략기획 전문가다. 2020년 의료기기사업부장에 보임돼 사업을 안정화 궤도에 올린 후 올해 5월 사업지원TF으로 이동해 반도체 지원담당 업무를 맡았다. 이번 인사에 따라 반도체 경영전략담당으로 전진배치됐다.

DX부문 한종희·노태문·용석우는 유임

DX부문의 주요 고위 임원들은 대체로 자리를 지켰다. 한종희 DX부문장은 기존처럼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하며, 앞으로는 품질혁신위원장까지 맡는다. 품질혁신위원회는 품질분야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신설한 위원회다. 올해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사업부와 VD사업부 실적이 크게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불황 속에 큰 폭의 실적 악화도 없었다는 점에서 파격 대신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TV 사업을 맡은 용석우 VD사업부장과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MX사업부장은 모두 유임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밖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에는 이원진 삼성전자 상담역 사장이 보임됐다. 이 사장은 지난 2014년 구글에서 영입된 광고·서비스 비즈니스 전문가다. 삼성의 서비스 비즈니스를 만들고 성장시키며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리더십을 입증했다. 글로벌 IT기업에서 축적한 경험과 소비자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해 마케팅·브랜드·온라인 비즈니스를 총괄할 예정이다. 기존 글로벌마케팅실장이던 이영희 사장은 DX부문 브랜드전략위원 사장으로 업무를 바꾼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에 다시 합류해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는다. 그는 지난 2008년 그룹 신사업팀과 바이오사업팀에서 현재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어낸 창립 멤버다. 13년간 대표이사로 재임하며 사업을 성장시킨 베테랑 경영자다. 그룹 신수종 사업을 일궈낸 경험과 그간 축적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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