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사진=K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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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의 핵심 자구안으로 지목된 에코비트 매각 작업이 총 2조700억원에 마무리됐지만,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매각대금을 전액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KKR과 에코비트 지분 절반씩을 보유 중이던 태영그룹이 KKR에서 빌린 대여금을 우선 상환하기로 하면서 대부분의 자금이 KKR로 다시 흘러가면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363280)와 KKR은 보유 중이던 에코비트 지분 100%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2조700억원에 매각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에코비트 지분은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50%씩 보유하고 있어 매각 대금도 절반인 1조350억원씩 가져갈 전망이었다. 하지만 매각 대금은 KKR이 1조6440억원을 챙겨간 반면 티와이홀딩스는 4260억원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티와이홀딩스가 지난해 1월 KKR에서 빌린 4000억원 규모 차입금과 지연이자를 우선 상환하면서 전액 KKR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티와이홀딩스는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지난해 1월 KKR 크레딧펀드로부터 4000억원을 빌렸다. 책정된 연이율은 13%로, KKR은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잡았다. 현금이 필요한 티와이홀딩스는 KKR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에코비트 매각 후에도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다만 티와이홀딩스는 거래 종결 직전인 지난 11일 에코비트가 진행한 현금배당 1059억원을 챙겼다. KKR은 배당을 받지 않고 티와이홀딩스만 차등 배당했다. 사실상 태영그룹이 2조700억원 규모 자회사를 팔고도 손에 쥔 건 1000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 뿐이다.
지난 2020년 에코비트에 첫 투자한 KKR은 원금 이상을 회수하는 성과를 냈다. KKR이 에코비트에 투입한 금액은 총 1조3160억원 규모다. KKR은 2020~2022년 3년간 배당으로 800억원을 회수했고, 이번 매각으로 2조원 가량을 모두 챙기면서 7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