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추예은(22)씨는 13일 오후 왼손에는 탬버린을, 다른 한 손에는 ‘윤석열 퇴진’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로 발걸음을 뗐다. 중고등학생 시절 세월호에서 친구와 가족을 잃은 이웃,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를 보며 자란 추씨는 “또 후회하기 싫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못 갔는데 촛불집회에서 나간 친구가 생각날 때마다 부끄러웠다”며 “지금 상황을 보면 탄핵 표결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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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조금씩 모이기 시작한 국회 앞 집회 열기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더 뜨거워졌다.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 인도에는 윤 대통령 퇴진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현수막이 줄지어 게시됐고, 국회 정문에는 목도리와 장갑을 착용한 채 “윤석열은 탄핵하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치는 이들이 있었다. 일부 시민단체와 유튜버는 따뜻한 커피와 유자차를 집회 참가자에게 제공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고 처음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채령(20)씨는 “계엄 소식을 듣고 ‘소년이 온다’를 다시 읽었다”며 “당시 폭력적인 계엄 상황을 대통령과 의원들이 몰랐을 리 없는데 같은 상황을 반복하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손주나 자녀가 지금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고 싶어 왔다”고 덧붙였다.
33개월 된 딸과 국회에 온 김오동(46)씨도 “작년에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과거 계엄 상황을 알았는데 2024년에 이런 일이 또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 그대로 너무 불안했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역사의 순간을 함께해야지 싶었다”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野) 6당은 지난 12일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등은 탄핵소추안을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이튿날(14일)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낸 국민의힘 의원은 조경태·안철수·김상욱·김예지·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7명이다. 여기에 범야권 192명을 더하고, 여당에서 1명만 더 찬성하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야당은 지난 4일에도 비상계엄 해제 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탄핵안은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