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임시주총 코앞인데…한미약품 오너일가 '발목' 잡은 상속세

송영숙·임주현, 라데팡스에 지분 1.71% 매각
차남 임종훈도 블록딜로 1.54% 매도
분쟁 하에서도 재원 부족해 매각 불가피
  • 등록 2024-11-26 오후 6:36:22

    수정 2024-11-26 오후 5:22:08

이 기사는 2024년11월26일 16시36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한미약품(128940) 오너일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연달아 지분 매각에 나섰다. 앞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지분을 매각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에 나머지 지분 일부를 추가 매각했고, 이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 역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현금화에 나섰다. 약 1년간 지속 중인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재차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지난 18일 킬링턴 유한회사에 지분을 넘기는 주식매매계약과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킬링턴은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 기관이다. 이로써 송영숙·임주현·신동국 3자 연합은 라데팡스파트너스까지 4자 연합으로 재편됐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79만8000주(1.17%)를 279억원에, 임 부회장은 37만1080주(0.54%)를 130억원에 매각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3만5000원으로 18일 종가(3만1600원) 대비 10% 높은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송 회장 모녀 측은 “상속세 연부연납 세액 납부 목적의 대출 상환을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임종훈 대표 역시 지난 14일 한미사이언스 지분 105만주(1.54%)를 블록딜로 매각해 총 314억원을 현금화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2만9900원으로 이날 종가(3만2500원) 보다 8% 가량 낮은 가격으로 사실상 프리미엄은 없는 수준이었다. 상속세 기한이 임박하자 임 대표가 급하게 지분 매각에 나섰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분 매각으로 얻은 현금으로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상속세 4차분 납부를 완료했다. 이들은 2020년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별세하면서 부과된 5400억원의 상속세를 5년간 6차례에 걸쳐 연부연납 중이다. 내년과 2026년 두 차례에 걸쳐 잔여 상속세 납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경영권 분쟁 하에서 오너 일가가 지분 매각에 나서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송 회장 모녀는 지분을 넘긴 신동국 회장 및 한양정밀,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체결해 우호 세력으로 확보한 반면 임 대표의 매매 상대방은 공개되지 않으면서 임시 주총에서 불리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임 대표가 매각한 지분 일부가 송 회장 모녀와 손잡은 라데팡스 측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킬링턴은 이날 글로벌 헤지펀드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95만주(1.39%)를 블록딜 방식으로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라데팡스가 사들인 지분이 지난 14일 임 대표가 블록딜로 처분한 주식의 90%에 해당하는 물량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4자 연합이 형제 측의 지분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임시주총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교통회관에서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이사 수를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기 위한 정관 변경과 신 회장(기타비상무이사)과 임 부회장(사내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위한 선임 안건 등이 의안으로 상정됐다. 지분 구도상 4자 연합이 형제 측을 앞서는 상황이지만 임 부회장의 이사 선임은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하는 만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형제 측 편에 섰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 글래스루이스 등은 4자 연합이 제안한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전체 주주가 아닌 특정 주주를 위한 이사회 규모 변경은 반대 사유에 해당된다”며 “이번 정관변경 안건은 전체 주주 관점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것이기보다 특정 주주를 위한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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