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폭탄'에 車·농산물 초비상…멕시코 보복 시사에 우려↑

美자동차 ‘빅3’ 시총 13조원 증발…가격 인상 우려
농산물·에너지 등도 타격 예상…“멕시코 피해 가장 커"
캐나다 협상 의지·멕시코 보복 시사…합의 난항 전망
기업들은 “트럼프 취임 전 미리 수입하자” 분주
  • 등록 2024-11-27 오후 4:36:11

    수정 2024-11-27 오후 6:28:23

[이데일리 방성훈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복귀와 동시에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멕시코는 보복 대응을 경고,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를 키웠다. 멕시코·캐나다와 국경 간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식료품, 자동차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공급망 타격으로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여서다. 미국을 대표하는 ‘빅3’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3조원 증발했다.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美 자동차 ‘빅3’ 시총 13조원 증발…가격 인상 우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미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한 곳인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99% 하락 마감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의 주가도 각각 2.63%, 5.68% 내렸다. 이에 따라 일명 ‘빅3’로 불리는 미 자동차 제조업체 3사의 시총은 하루 만에 93억달러(약 13조원)가 사라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날 밤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년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한 데 따른 영향이다. 중국을 겨냥해 우회 수출 통로를 차단하고,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증가 및 펜타닐·마약 등 불법 약물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관세를 지렛대로 활용한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북미 지역의 자동차 공급망이 세 나라를 중심으로 구축돼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혼란이 예상된다. 1992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이후 트럼프 1기였던 2018년 나프타를 개정해 명칭을 바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모두 자동차 및 부품에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제공해 왔다. 이에 완성차 조립까지 다양한 자동차 부품들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나들며 공장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약 16%(약 250만대)가 멕시코에서, 약 7%가 캐나다에서 생산됐다. WSJ은 공급망 타격으로 내년부터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 미국이나 유럽,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까지 실질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우디, BMW, 혼다, 기아(000270), 마즈다, 닛산, 스텔란티스, 도요타, 폭스바겐 등이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농산물·에너지 등도 타격 예상…“멕시코 피해 가장 커“

식료품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에 농산물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나라다. 미 농무부와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두 국가에서 수입한 농산물은 약 860억달러(약 120조 1500억원)어치에 달했다. 수입 채소의 약 3분의 2, 과일 및 견과류 수입의 절반을 멕시코에서 수입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아보카도의 약 90%, 오렌지 주스의 최대 35%, 딸기의 20%가 멕시코산이다. 맥주와 데킬라 역시 지난해 멕시코산 농산물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특히 아보카도와 맥주·데킬라의 수입량은 2019년 이후 각각 48%, 160% 급증했다. 농작물 재배에 쓰이는 비료 가격도 인상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서 정제되는 원유의 약 40%가 수입되며, 이 가운데 60%가 캐나다산, 11%가 멕시코산이라며 휘발유 가격 상승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 역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다량 수입하고 있다. 아울러 3개국 간 무역은 대부분 육로·철로로 이뤄져 대체 시장으로 전환하기도 어렵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물류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으로의 직접 상품 수출은 캐나다가 78%, 멕시코가 80%를 차지한다면서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센은 “멕시코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며, (다른 국가들에 보여주기 위한) 시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사진=AFP)


캐나다 협상·멕시코 보복 시사…기업들은 “미리 수입하자”

멕시코가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시사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낸 서한을 낭독했다. 그는 서한에서 “하나의 관세에 대응해 또 다른 관세가 부과될 것이고, 양국에서 (사업을) 공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위험에 빠뜨릴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멕시코의 주요 대미 수출업체 중 하나”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미국과 멕시코에 인플레이션과 실업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캐나다는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날 관세 폭탄 위협 직후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무역 관행을 비판하고, 미국과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나 설득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분쟁 재점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멕시코와 캐나다의 통화가치는 폭락했다. 페소화는 2년 4개월 만에, 캐나다달러는 4년 7개월 만에 각각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서둘러 재고를 확보하고 나섰다. 미 전국소매연맹(NRF)은 11월 수입량이 전년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미 대통령 선거 전에 예측했던 1%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NRF는 이러한 추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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