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SK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경영권 매각전이 초장부터 시들한 모양새다. SK그룹 측이 원하는 높은 몸값을 맞춰줄 원매자 구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
문제는 현재로서는 SK그룹이 원하는 5조 이상의 몸값을 맞춰줄 원매자가 없다는 점이다. SK실트론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2조1268억원, 영업이익 315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398억원이다.
현재 SK실트론 지분 구조는 SK가 직접 보유한 지분이 51%,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이 각각 설립한 SPC가 들고 있는 49%로 이뤄져있다. SPC 보유 지분 49% 중 29.4%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나머지 19.6%는 SK㈜와 TRS 계약으로 묶여있다. 매각 대상 지분은 SK 직접 보유 지분 51%와 TRS로 보유한 19.6%다.
매각 대상인 70.6%의 추정 지분가치는 산정 기준을 6배수 적용 시 1조3000억원, 8배수를 적용하면 2조2000억원 수준이 나온다. 10배수로 끌어올려야 3조1000억원대가 나오는 상황이다. 아직도 반도체 설비 투자가 보수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실적 변동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3조 이상의 몸값을 선뜻 부를 곳이 없을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SK 실트론 매각전 분위기가 바뀌려면 SK측이 세부 조건이라도 우호적으로 협의할 여지를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SK온 때문에 전사가 절박한 상황이다. 원매자들도 SK의 자금사정을 모르지 않으니 결국 팔아야 할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가격을 깎으려 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SK실트론을 좋은 가격에 팔고싶다면 최태원 회장의 지분을 포함한 동반매각요구권 수용 등 전략적인 선택지를 열어두는게 낫지 않겠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