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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3년 4월 10일께였다. 20대 남성 A씨와 그의 연인이었던 B(사망 당시 18세)양은 수원시 팔달구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A씨의 전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A씨는 B양이 “또 거짓말하네”라고 말하자 화가 난다며 차를 멈춰 세웠다.
당시 A씨는 “너도 나와 교제하던 중 전 남자친구와 만나고 거짓말하지 않았느냐”고 따졌고 B양은 “그래서 너도 날 때렸지 않았느냐”고 했다. B양으로부터 뺨을 맞게 된 A씨는 화가 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 그는 조수석에 앉아 있던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는 이튿날 새벽 B양의 휴대전화도 훔쳐갔다.
A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 휴대전화와 평소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해 B양의 계좌에 있는 현금 중 10만원을 빼돌렸다. 이후 차량에 B양의 시신을 그대로 싣고 이동했으며 권선로의 한 등산로 인근 샛길에 유기했다. 시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낙엽을 위에 덮어둔 채였다.
조사 결과 A씨는 B양을 살해한 뒤 휴대전화로 B양의 가족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B양의 신용카드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가 폭력조직의 행동대원으로 활동했으며 소년보호처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法 “준법 의식 희박…반성하는지 의심스럽다”
구속수사를 받게 된 A씨는 ‘B양과의 언쟁 이후로는 기억이 상실됐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하면서도 1심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는 정신감정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자신은 특정할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두통이 있을 때 먹으면 기분이 전환된다’는 말을 듣고 불상의 약을 받았는데 이를 살인 범행 전 복용했기에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수의 사회내처우를 경험했지만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사회봉사명령이 취소되고 지명수배까지 되는 등 본인의 범법 행위에 대해 무책임하고 법적 책임감이 결여된 생활을 해왔다”며 “조사 과정에서도 이 사건 범죄에 대한 처분과 양형을 염두에 두고 진술하는 등 죄책감이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B양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피해자와 다투던 중 살해했다”며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은 점, (B양에 대한 범행 외) 고등학생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공동 상해를 가하고 신고하면 학교를 찾아가 때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자석거치대를 훔치려다 미수에 그친 범행에 대해서는 1심에 이어 “단순히 착각으로 그냥 가지고 나온 것”이라는 취지로 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절도 등 동종 범행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음에도 또다시 절도미수 범행을 저질렀다”며 “평소 준법 의식이 얼마나 희박했는지 알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약을 받으면서 그 효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약을 주었는지까지 함께 기억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라며 “피고인이 선택적으로 약의 효능만 기억할 뿐 누구에게서 어떤 약을 받은 것인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이를 특정할 수도 없다는 진술은 경험칙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인 범행 후 마사지업소 예약, 출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등 사정을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사회에 끼친 해악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면서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