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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의원은 민선 6기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돼 승승장구하던 정치인이었다. 민선 5기에서는 반바지 차림으로 의회에 출근해 화제를 모으던 젊은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민선 6기 당선 20여일만인 2014년 6월 24일, 그는 돌연 자택 앞에서 형사들에 체포됐다. 혐의는 ‘살인교사’였다.
소탈해보이던 정치인의 이면은 어두웠다. 김 전 의원은 2010~2011년 당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재력가 송모씨를 만나 5억 2000만원의 금품과 접대를 받았다. 송씨의 목적은 특정 빌딩의 용도 변경이었다. 그러나 도시 계획 변경안 추진이 무산되며 김 전 의원은 송씨의 청탁을 들어주지 못했고, 그때부터 김 전 의원은 송씨에게 써 준 ‘차용증’을 신경쓰며 심리적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김 전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팽씨가 살인을 실행하도록 계속 부추겼다. 그는 팽씨에 “(살인) 왜 안 해?”라고 독촉하거나 직접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를 손에 쥐여주기도 했다. 범행 전날에는 팽씨에 “이번에 못하면 방법이 없어 더이상 미루지 못하니 내일 새벽 무조건 죽여라”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결국 팽씨는 지난 2014년 3월 송씨의 자택에 찾아가 그를 살해했다. 팽씨는 범행 직후 김 전 의원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도주했지만, 범행 두달 여 만에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팽씨에 자살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네가 한국에 오면 난 끝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고 말했고, 팽씨는 이에 응해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하다 실패했다. 결국 국내로 송환된 팽씨에 김 전 의원은 비밀 쪽지를 보내 “친구야 미안하다. 사과를 받아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하니 마음이 편하다. 변호사가 묵비하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네가 할 말은 다 하지 않았느냐. 증거는 너의 진술뿐이다”라며 끝까지 자신의 범죄가 탄로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이후 대법원에서도 무기징역이 확정되어 김 전 의원은 사회와 격리되게 됐다.
함께 구속기소된 팽씨의 경우 1심에서 징역 25년,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