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대학 등록금 자율화의 전제조건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등록 2025-02-24 오전 5:00:00

    수정 2025-02-24 오전 5:00:00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대학등록금이 인상되고 있다. 현재 190개 전국 4년제 대학의 69%가 등록금 인상을 발표했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 이내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13년간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그러다 최근 그 고삐가 풀린 것이다. 2024년 기준 4년제 대학의 연간 등록금 평균은 국공립 421만원, 사립은 763만원이었다.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면 학생 1인당 부담은 연간 최대 37만5000원 늘어난다. 총학생회의 반발과 학부모의 시름이 커가고 있다.

그러나 대학등록금은 대학이 알아서 정할 일이다. 대학재정이 튼튼해야 좋은 교수를 끌어와 미래를 위한 혁신이 가능해진다. 등록금을 자율화하면 등록금 인상을 위해 교육의 질을 올리려는 경쟁이 시작된다. 대학구조조정도 촉진된다. 등록금 자율화는 대학진학의 거품 제거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의하면 2023년 우리의 25~34세 성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7%로 조사대상 49개국 평균(47.4%)을 훌쩍 넘겨 1위를 기록했다. 대학진학률로 보면 74%에 달한다. 대학졸업자는 기대임금이 높아 중소기업 취직을 거부하고 고학력 실업자로 남는 경우가 많다. OECD는 한국에선 학력 과잉(31.3%)이 학력 부족(3.7%)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낮은 등록금은 고소득 가구 학생에도 적용되므로 소득분배 관점에서 역진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등록금 자율화에는 조건이 있다. 첫째, 저소득층 학생을 배려해야 한다. 높은 등록금이 사회적 이동성을 제약하지 않도록 장학금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장학금은 9분위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소득 분위별로 차등을 둔다. 고소득 분위 학생의 장학금 지원은 줄이고 저소득층에는 장학금 확대는 물론 생활비까지 지급하길 권한다. 이는 저소득층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뛰느라 학점과 취업에서 불리해지는 문제도 완화할 것이다.

둘째, 지방대학을 배려해야 한다.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는 등록금을 올리기 어렵다. 등록금 자율화는 결국 대학 간 격차를 키울 것이다. 국가장학금을 지역별로 차등지원하길 제안한다. 소재지에 따라 대학을 세 유형으로 분류해 수도권 대학에는 7분위까지, 중부권에는 8분위까지, 영호남권에는 9분위까지 장학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셋째, 국공립대 등록금도 인상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 관계에 있는 지방 사립대도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어 국공립대-사립대 간 공정 경쟁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도울 대상은 저소득층 학생이지 국공립대 학생이 아니다. 대학 평가에서 순위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 지방 국공립대에 대해 경쟁 압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넷째, 등록금 예고제가 필요하다. 재학생은 등록금 인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대학 결정 전인 매월 8월에는 향후 4~6년의 등록금 부담을 알려줘야 한다. 물가상승률의 몇 %로 해도 좋을 것이다. 장학금도 예고제에 포함해야 한다. 등록금 예고제는 1992년부터 시작되었으나 흐지부지된 바 있다. 대학은 경영상 제약을 싫어했고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예고제 없이는 ‘개나리 투쟁’(개강 직후 3월 반짝 진행하는 등록금 투쟁)을 피하기 어렵다.

다섯째,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수입을 교육시설 등 교육의 질 향상에 사용해야 한다. 교직원 인건비도 올려야 하나 수입 증가를 기본급 인상보다는 성과급 재원으로 써야 한다. 대부분 대학의 임금체계는 호봉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월급을 올린다고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의 역할은 등록금 규제가 아니라 대학 간 등록금 담합 행위를 감시하는 것이다. 올해는 일단 대학의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지급 연계를 중단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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