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들도 전력 생산 구조를 바꾸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 유지 정책으로 선회했고 독일은 탈원전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화석연료 의존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은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원전 확대 역시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과 맞물려 있다.
|
2038년까지의 국가 전력수급 기본방향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원전의 발전 비중은 35%대로 증가해 1위 자리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대형 원전 건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 등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SMR)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해외에서도 SMR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이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SMR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SMR 선박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또한 SMR 상용화를 위한 규제 체계 강화와 제도적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러나 SMR를 포함한 원자력 발전이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안전성 우려와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초기 건설 비용이 높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에너지원은 탄소 배출이 없고 안전한 신재생 에너지이지만 현재 신재생 에너지는 발전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태양광은 날씨와 시간대의 영향을 받고 풍력은 입지가 제한적이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분명하다. SMR의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되 이를 영구적인 해결책이 아닌 과도기적 대안으로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혁신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대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SMR는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징검다리가 돼야 하고 이 징검다리가 안전하고 견고해야만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우리는 현실적 필요와 장기적 목표 사이의 균형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