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시대 향한 징검다리, SMR[최종수의 기후이야기]

  • 등록 2025-03-10 오전 5:00:00

    수정 2025-03-10 오전 9:13:28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 지난해 한국 전력 시장에는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2007년부터 2023년까지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석탄 발전을 제치고 원자력이 최대 발전원으로 올라선 것이다. 발전원별 비중을 보면 원자력이 32.5%로 가장 높았고 액화천연가스(LNG) 29.8%, 석탄 29.4%, 신재생이 6.9%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원전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과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세계 주요국들도 전력 생산 구조를 바꾸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 유지 정책으로 선회했고 독일은 탈원전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화석연료 의존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은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원전 확대 역시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 중인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자로(SMR)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가 테라파워 SMR 기자재 공급사로 선정됐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원전 비중이 확대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2023년 8월 최대 전력 수요는 사상 처음으로 100GW를 넘어섰고 2039년에는 150GW, 2051년에는 202GW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전기차 보급 확대, 데이터센터 운영 증가 등이 주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원자력이 주목받고 있다.

2038년까지의 국가 전력수급 기본방향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 원전의 발전 비중은 35%대로 증가해 1위 자리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대형 원전 건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 등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SMR)이 관심을 끌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작은 규모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차세대 원자로다. 모듈화한 설계를 통해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자연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또한 소규모 부지에도 설치가 가능해 도서 지역이나 산업 단지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SMR은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SMR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이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SMR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SMR 선박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또한 SMR 상용화를 위한 규제 체계 강화와 제도적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러나 SMR를 포함한 원자력 발전이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안전성 우려와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초기 건설 비용이 높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에너지원은 탄소 배출이 없고 안전한 신재생 에너지이지만 현재 신재생 에너지는 발전 효율과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태양광은 날씨와 시간대의 영향을 받고 풍력은 입지가 제한적이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할 때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도기에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 SMR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성숙하기 전까지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SMR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추는 빌미가 돼서는 곤란하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분명하다. SMR의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되 이를 영구적인 해결책이 아닌 과도기적 대안으로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혁신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대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SMR는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징검다리가 돼야 하고 이 징검다리가 안전하고 견고해야만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우리는 현실적 필요와 장기적 목표 사이의 균형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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