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7-6 뒤집기' 다저스, 라이벌 양키스 꺾고 8번째 WS 우승

  • 등록 2024-10-31 오후 1:21:58

    수정 2024-10-31 오후 1:36:13

LA다저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우승 트로피를 높게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AP PHOTO
LA다저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더그아웃에서 모두 뛰어나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LA다저스가 43년 만에 성사된 ‘세기의 월드시리즈(WS)’에서 오랜 라이벌 뉴욕 양키스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미국프로야구(MLB) 진출 후 LA에인절스에서 7년 동안 가을야구 구경도 못했던 ‘일본인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는 다저스 이적 첫해 우승을 이루는 새 드라마를 썼다.

다저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MLB WS 5차전에서 양키스를 7-6으로 꺾었다.

이로써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양키스를 누르고 통산 8번째 이자 2020년 이후 4년 만에 WS 우승을 이뤘다. 2020년은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단축시즌으로 치러졌다. 162경기 풀시즌 우승은 1988년 이후 무려 36년 만이다.

앞서 다저스는 1955·1959·1963·1965·1981년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총 8번 우승 가운데 1955년과 1963년, 1981년, 그리고 올해 등 네 차례나 양키스를 이기고 정상에 섰다.

다저스는 이번 우승을 통해 ‘가을야구 징크스’까지 확실히 날렸다. 2013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시작으로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WS 우승과 인연은 2020년 딱 한 번만 맺으며 가을야구 징크스에 시달렸다. 올해는 43년 만에 성사된 오랜 라이벌 양키스를 꺾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컸다.

반면 통산 28번째이자 2009년 이후 15년 만에 WS 우승을 노렸던 양키스는 다저스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WS 3연승 뒤 전날 4차전에서 양키스의 홈런포에 고전해 패했던 다저스는 이날 5차전에서도 경기 초반 홈런 3방을 맞고 0-5로 끌려갔다. 이후 불펜진의 역투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경기를 뒤집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WS 역사상 결정 경기에서 5점 이상 뒤진 경기를 역전해 우승을 확정지은 팀은 다저스가 최초다..

다저스의 출발은 불안했다. 선발 잭 플래허티가 1회말 에런 저지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한데 이어 다음타자 재즈 치점 주니어에게 백투백 홈런을 내줘 0-3으로 끌려갔다. 이어 2회말에는 알렉스 버두고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3회말에는 지안카를로 스탠턴에게 솔로홈런을 헌납해 0-5까지 끌려갔다.

설상가상 양키스 선발투수는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 게릿 콜이었다. 사실상 경기 흐름이 양키스 쪽으로 넘어간 듯싶었다. 실제 다저스는 4회까지 콜에게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반격은 다저스의 5회초 공격부터였다. 다저스는 단숨에 5점을 뽑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양키스 수비진의 잇단 실책성 플레이도 다저스의 흥을 돋궜다.

5회초 다저스는 무사 1루에서 토미 에드먼이 친 평범한 끈공을 양키스 중견수 저지가 제대로 잡지 못하고 떨어뜨리면서 행운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무사 1, 2루 찬스에서 윌 스미스는 유격수 땅볼 에 그쳤다. 이때 유격수 앤서니 볼피의 3루 악송구가 나오면서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이 무사 만루로 바뀌었다.

다저스는 개빈 럭스와 오타니 쇼헤이가 잇따라 콜에게 삼진을 당하면서 기회가 무산되는 듯 싶었다, 이어 무키 베츠도 2사 만루 상황에서 힘없는 1루수 땅볼에 그쳤다. 그런데 양키스 투수 콜이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지 않으면서 내야 안타가 됐다. 공식 기록은 내야 안타지만, 콜의 명백한 실수였다.

행운의 점수를 뽑은 다저스는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났다. 계속된 만루 찬스에서 프레디 프리먼이 2타점 적시타, 테오 에르난데스가 2타점 2루타가 터져 극적으로 5-5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어이없이 리드를 날린 양키스는 6회말 1사 1, 3루에서 나온 스탠턴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6-5, 1점 앞섰다.

하지만 다저스는 8회초 단타 2개와 볼넷 1개로 만든 무사 만루 찬스에서 개빈 럭스의 희생플라이로 6-6 동점을 이뤘다. 이어 오타니가 포수 타격방해로 1루로 진루해 다시 1사 만루가 됐고, 베츠가 중견수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에드먼을 홈에 불렀다.

다저스는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8회말 1사 후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스탠턴과 리조를 각각 우익수 뜬공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최대 위기를 넘겼다.

7-6으로 앞선 채 9회말을 맞이한 다저스는 우승을 지킬 마무리투수로 선발 요원인 워커 뷸러를 선택했다. 3차전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던 뷸러를 첫 타자 볼피를 3루수 땅볼로 잡은데 이어 오스틴 웰스에게 주무기 너클 커브를 던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뷸러는 마지막 타자 알렉스 버두고까지 삼진으로 잡아낸 뒤 포수 윌 스미스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WS MVP는 MLB 역사상 최초로 올해 1~4차전 포함, WS 6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프레디 프리먼에게 돌아갔다. 프리먼은 이번 WS에서 1차전 연장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 포함, 이번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20타수 6안타(4홈런)로 타율 0.300과 4홈런 12타점 5득점, 출루율 0.363 OPS 1.363 등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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