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해양패권 뺏길라…美, K-군함 '러브콜' 이유는?[김관용의 軍界一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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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함정 건조 능력, 중국에 232배 뒤처져
함정 숫자도 추월 당해…美 296척, 中 370척
美, 위기감 고조에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가동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저비용·빠른 납기 강점
K-조선기업들, 'MADEX 2025'서 기술력 과시
  • 등록 2025-06-01 오전 8:00:00

    수정 2025-06-01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세계 군함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영국의 군사 전문지 ‘제인스’(Janes Market Forecast)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해외 함정시장은 향후 10년 간 총 약 1000억 달러, 약 1260척의 함정 소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중에서도 향후 10년 간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필리핀 등은 함종별로 다르지만 대략 40~50척에 이르는 신규 소요가 전망되는 핵심 수출 대상국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페루의 경우도 향후 13척의 신규 소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들 4개국만 하더라도 연간 약 16억 달러에 이르는 함정 건조 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내 함정 건조 예산인 2조2000억 원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세계 각국의 해군력 증강 추세 배경에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보 상황과 함께, 수명주기 도래에 따른 함정 교체 시기에 해군을 현대화하고자 하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더해져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저 자원에 대한 개발권을 비롯해 해양 안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쇠퇴한 美 조선업…中 추월에 ‘위기감’

특히 1980년대부터 중국으로 접근하는 해양세력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중국 해군력의 급부상은 미국에게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 해군 정보국 등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함정 건조 능력은 2024년 기준으로 10만 톤인데 반해, 중국은 2325만 톤으로 미국보다 232배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함정 척수도 이미 2020년을 기준으로 293척을 보유한 미국은 350척을 보유한 중국에게 추월당했고, 2023년 기준 미국 296척, 중국은 370척입니다.

지난 4월 미국 해군성 존 필린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가운데,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한화오션이 MRO를 수행하고 있는 미 해군 7함대 급유함 ‘유콘’함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미국은 현재 헌팅턴 잉걸스 인터스트리즈(HII), 제너럴 다이나믹스(GD), 핀칸티에리(Fincantieri), 오스탈(Austal) USA 등 4개 회사가 보유한 7개 조선소에서 군함 건조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국방비를 늘려도 이미 군함 생산 기반이 쇠퇴한 조선산업은 현존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 해군의 함정 소요 조차 스스로 해결할 수 없고,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유사시에 대량생산체제를 가동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존 전력에 대한 MRO(유지·보수·정비) 마저도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아 원자력 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의 경우 길게는 3년 이상 기다려야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계획하는 함정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주력 전투함인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이지스구축함을 연간 2~3척 조달해야 합니다. 현재 연간 1.6척 수준의 이지스구축함 조달 능력을 2배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2025년 미국 조선업 정보’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13년까지 30년 동안 미국 내 조선소 400여 곳이 폐업했고 현재는 21곳 만이 상업용 선박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이 중 12개 조선소는 단 한 척의 수주 잔고만 보유하고 있고, 전체 46척의 수주 잔고 중 인도 예정 시기를 넘긴 선박이 15척에 달할 정도로 생산효율성도 떨어진 상태입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선박 건조량 조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13%에 불과하다는 것은 미국 조선산업의 실상을 가늠케 합니다.

美 조선업 재건 시동…동맹국에 ‘러브콜’

미 의회 여야 의원들은 지난 2024년 12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ACT for America)을 공동 발의해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초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80여 척의 미 국적 무역상선 척수를 250척 규모의 전략 상선단(SCF)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올해 1월 미 의회예산국(CBO)이 공개한 향후 30년(2025~2054) 함정 건조 계획에 따르면 현재 미 해군 함정을 296척에서 2054년 390척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입니다. 이 기간 중 도태될 함정까지 고려하면 새로 건조하는 함정 소요가 전투함 293척, 군수지원함 71척 등 364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업비는 총 1조 750억 달러, 약 1600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연평균 10여 척의 함정 건조에 매년 평균 358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되는 수준입니다.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지난 달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 현장을 찾아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지난 2월에는 ‘해군·해안경비대 준비태세 조장법’도 발의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또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호방위조약 체결국에 위치한 조선소에서 함정 또는 주요 구성 부품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 법안이 현실화되면 한국 조선소들이 국내에서 선체 블록을 제작해 미국에 납품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지난 3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합동연설에서 수십년간 쇠퇴해 온 미국 조선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백악관에 ‘조선담당 사무소 설립’을 공언했습니다.

K-조선의 美 진출…정부 간 협력 뒷받침 돼야

미국이 긴급히 보강해야 할 핵심전력인 이지스구축함을 건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이외에 사실상 대한민국과 일본 밖에 없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리 조선소들은 ‘가장 빨리, 가장 적은 비용으로, 건조 척수의 확장성도 가장 높은 조선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함정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동맹국 중 가장 많은 도크를 갖고 있는 것도 한국 조선소 입니다. K-조선산업의 공급망은 가장 활성화 돼 있고 성능과 납기 준수 능력은 이미 검증돼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한 개 조선소 만으로도 연 5척의 이지스구축함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함정 가동율이 가장 높은 인도·태평양함대는 신규 건조 함정과 MRO 모두 절박한 상황으로, 대한민국은 지리적 위치나 인프라 면에서 미국에게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과 미 헌팅턴 잉걸스가 ‘군함·상선 협력 가속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 해군이 한화오션에 MRO 사업을 잇따라 맡긴 이유입니다.

HJ중공업 유상철 대표이사가 지난 달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 현장을 찾은 해외 대표단에게 대형수송함 등 건조 함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HJ중공업)
HD현대중공업 뿐만 아니라 한화오션 역시 이지스구축함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협력이 현실화 할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세계에서 이지스구축함 건조가 가장 활성화돼 있는 파트너를 갖게 됩니다. 우리 조선소들은 미국 대비 3분의 2의 건조 기간에, 그 절반의 비용으로 이지스구축함을 건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조선소들은 미국 군함시장 진출의 시발점으로 MRO 사업을 선택했습니다. MRO는 그 자체 사업성보다는 미국 함정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신뢰 구축의 마중물입니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방문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도 한국과 미국 간 실현 가능한 협력 분야로 MRO를 꼽았습니다. 이에 더해 우리 기업들은 미국 해양방산 기업을 인수하는가 하면, 파트너십을 체결해 미국 조선업 재건 참여를 본격화 하고 있습니다.

K-함정의 미국 시장 정착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조선·해양방산 협력은 정부 간 협상, 즉 G2G 방식으로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는 양국의 해양방산 기업 간에 추진할 수 있는 인력 교류, 기자재 공급, 건조 공정의 효율성 강화 등에 대한 협력방안이 먼저 논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정부 간 협력을 통해 법적·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계획된 물량 공급 협상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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