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표적된 MBK…김병주 회장 정조준[마켓인]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MBK파트너스가 연일 정치권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논란과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잇따르며,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MBK 경영진이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의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김 회장이 그동안 국회의 출석 요구에 직접 응한 적이 없어 이번에도 실무 대표와 임원진이 대신 국회의원들의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주요 상임위원회별로 김병주 회장과 MBK파트너스 핵심 경영진을 증인으로 잇따라 채택했다. 정무위원회는 오는 14일 롯데카드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김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같은 자리에는 홈플러스 사태 책임론을 이유로 김광일 MBK 부회장, 윤종하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도 출석한다. 정무위는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보안 체계 점검 차원에서 롯데카드 대주주로서 MBK의 관리 책임을 따질 방침이다.

9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도 오는 30일 고용노동부 및 경사노위 종합국정감사 증인으로 김 회장을 채택했다. 홈플러스 매각 및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처우 악화 논란이 제기된 만큼, PEF 구조조정이 노동 현장에 미친 영향과 MBK파트너스의 책임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도 MBK파트너스를 증인 소환해 롯데카드 해킹 및 홈플러스 지점 매각 건, 딜라이브 부실 재허가 문제 등을 질의할 예정이다. 이밖에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및 확대 적용 필요성 점검 관련해 김광일 MBK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연금의 자금을 받은 PEF로서의 운용 행태에 대한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의 줄소환 요구에도 김 회장이 국감장에 나올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 회장은 과거에도 국감에서 주요 현안이 불거져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을 때마다 직접 출석하지 않았고, 실무 임원들을 대신 국감장에 내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MBK를 겨냥한 공세 수위가 고조되는 가운데, 투자업계에서는 사모펀드식 단기 차익 추구 모델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깊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 MBK로 인한 사모펀드 경영의 부정적인 측면이 도마에 오를 경우, 단일 운용사에 대한 질타를 넘어 국내 PEF 산업 전반의 도덕성 논란과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이 PEF를 ‘기업가치 훼손형 투자자’로 규정하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향후 정책 당국의 투자심사·공시 의무 강화, 이해상충 규제 신설, 국내 기관 출자 심사 강화나 공적 자금 출자 제한 등 제도적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권의 공세가 정작 MBK 자체에 미치는 실질적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있다. MBK는 국민연금 등 일부 기관을 제외하면 국내 자금 비중이 크지 않고, 주력 펀드의 주요 유한책임출자자(LP)가 대체로 해외 투자자인 만큼, 국내 여론 악화가 펀드 운용과 추후 자금 모집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모두 MBK의 투자 포트폴리오 내 핵심 기업인 만큼 국감의 정치적 상징성이 클 것”이라며 “다만 MBK는 이미 글로벌 LP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 기반을 다변화해 둔 만큼 직접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여론 악화의 여파는 국내 자금에 의존하는 다른 사모펀드들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