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충전금은 멤버십 카드나 OO페이 등 다양한 형태로 충전돼 사용되지만, 핵심은 ‘이용자(고객)의 자산’이라는 데 있다. 하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발행자의 ‘쌈짓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선불충전금은 사실상 현금과 같지만, 최소 사용 금액 등 이런저런 문턱으로 환불이 제한적인 데다 이자 없이 보관된다. 또 티메프 사태처럼 다른 용도로 유용되기도 한다. 선불충전금을 따로 신탁이나 은행 예치, 보증보험 가입 등을 통해 ‘별도 보호’하고 그에 대한 공시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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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의 지난해 선불충전금은 395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 79개 저축은행을 자산순위로 나열했을 때 54위(청주저축은행, 3956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스벅 은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은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다. 스타벅스가 직영점으로만 운영된다는 이유에서다.
황승준 KDI 금융혁신연구팀장은 “스타벅스 선불충전금은 스타벅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지급결제 범용성이 없어 (전자금융거래법)규제에서 빠졌지만, 여전히 규모 측면에서는 우려할 부분이 있다”면서 “선불충전금이 제대로 보호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대 교수도 “스타벅스는 선불충전금 규모가 너무 크다”며 “직영점으로 운영되긴 하지만 관리 감독이 철저히 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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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조차 ‘스타벅스 카드는 충전금액에 대해 전자상거래(결제수단) 보증보험증권에 가입돼 있다’고만 돼 있다. 이를 보면 어느 기관에 몇 %가 가입돼 있어 모두 보호가 되는지, 일부만 보호가 되는지 구별하기 어렵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선불충전금 잔액 100%에 대해 서울보증보험에 가입돼 있고, 선불충전금은 시중은행 예금으로 (안전하게)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벅스 카드에 충전된 내 현금이 은행에 예치돼 있다는 내용은 이용약관 등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다. 스타벅스가 3950억원의 선불충전금에 대해 얼마의 이자수입을 올리는지도 알 길이 없다.
이와 함께 최근 커피 전문점들이 선불충전금 발행 및 운영 관리를 위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손바뀜에 따른 ‘보호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규와 기존 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진행하고 등록 후에는 현장 점검이나 검사 등을 통해 법규 준수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준수 위반 행위를 발견할 경우 제재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가 촘촘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불충전금 보호는 당분간 발행업자의 선행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너무 많은 금액을 선불충전금으로 담아두지 말고 즉시 필요한 만큼만 결제하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