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투기 의혹을 계기로 시작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가관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직자 투기 발본색원을 지시했지만 정부가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지, 하려는 의지는 갖고 있는지 갈수록 의문이 커진다. 정부는 검찰을 배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맡겼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검경 간 협의체를 구성한다면서 검찰을 엉거주춤 갖다 붙였다. 국회의원 투기 여부 전수조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을 국민의힘이 수용해 성사되나 싶더니 지난 주말 양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합의되지 못해 사실상 폐기되는 듯하다.
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표 수리를 보류한 것도 그렇다. 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인다면서도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정책과 관련된 입법준비 작업까지는 마무리하고 떠나라고 했다. 여러 모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인사 방식이다. 시한부로 유임된 장관이 과연 충분한 책임감과 지휘력을 가지고 소임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번 LH 땅투기 사건은 변 장관이 앞장선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정책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그런 방식의 주택공급 정책 자체가 투기의 원인임이 드러난 마당에 그를 유임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대로 가다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다. 국민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는 사안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척하다가도 다른 사안으로 국민의 관심이 분산되면 손을 놔버리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행태를 그동안 한두 번 봤나. 지금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도 투기 근절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실제 행동은 다 ‘보여주기 쇼’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심의 투기 수사가 국민을 만족시킬 정도로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주택공급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새로운 국토교통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관련 정책의 재검토와 조정, 입법준비까지 다시 하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주택공급 관련 입법 등 정치권이 해야 할 일에서는 여당의 책임이 크다. 야당을 탓해 봐야결국 누워서 침 뱉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