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지 않는 정치[생생확대경]

계엄 사태에도 정치권은 진영싸움 부추겨
사법부 파괴하는 폭동은 예고됐던 재앙
오만한 야권, 줄탄핵·여론조사 규제 강화
이젠 정치판 갈아엎어야…투표의 힘 필요해
  • 등록 2025-02-03 오전 6:15:00

    수정 2025-02-03 오전 6:15: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금은 정치적 양극화가 아니라 정서적 양극화 상황입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정치학자는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과거 이념이나 당파적 차원에서 대립하던 정치가 이젠 상대방 집단을 적대시하고 대화나 협상 자체를 완전히 거부해버리는 차원으로 심화됐다는 얘기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한민국의 시계는 멈췄다. 아니, 정확히는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21세기에 총을 든 수백여명의 최정예 군인들이 민의의 전당인 의회에 헬기를 타고 난입, 국회의사당 창문을 깨부수고 습격을 시도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자 보수층이라 불리는 일부 시민들은 폭도로 돌변해 사법부를 파괴하는 난동을 벌였다.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치권은 해결은커녕 진영 싸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조기 대선을 가정하고 오로지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라는 각자 유리한 판을 만들기 위해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리고, 혼돈의 정치판에서 어떻게든 본인이 살아남을 궁리만 하고 있다.

여당 일부 의원은 이번 사법부 침탈 행위를 두고 경찰의 과잉 진압에도 문제가 있다는 양비론을 내세웠다. 폭동을 일으킨 폭력집단을 ‘아스팔트 십자군’이라 칭송한 이도 있다. 참 끔찍한 발상이다. 과거 자유당 시절 활동했던 정치깡패 집단인 백골단을 자처한 집단을 국회 기자회견장에 데리고 오고, 사법부 침탈을 목적으로 법원 담장을 넘은 이들에게는 훈방을 약속했다. 이런 여당 의원들의 행동을 돌이켜보면 예고됐던 재앙의 불씨에 기름을 쏟아부었다는 비판에 수긍이 간다.

“왼쪽, 니는 잘했나!”라는 한 연예인의 발언을 맹비난했던 야권도 마찬가지다. 탄핵 이후 정국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29번째로 탄핵하며 입맛에 안 맞는 인사는 모조리 끌어내리는 오만한 행태를 또다시 반복했다. 조기 대선에 불리한 징후의 싹을 자르기 위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검열하고, 여론조사업체 규제를 강화하는 데 열을 올렸다. 시급한 국정 공백 해소를 위해 발족한 여야정 국정협의체는 사실상 키를 민주당이 쥐고 있지만, 한 달 넘게 첫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비겁한 여당, 비열한 야당이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국론은 양분됐다. 당연히 국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내수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물가·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해는 내수 부진과 수출 약세로 성장률이 1%대로 사상 최악 수준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정권 교체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고관세 등 시한폭탄을 앞두고 있지만 정치권은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이젠 정말 국민을 등한시하는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제나 대통령 임기를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본질인 위민 정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년사에서 말했던대로 “국가가 국민 곁에 있다”고 실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이 가진 기본 권리이자 가장 무서운 힘은 투표다. 탄핵 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대선은 차악(次惡)을 뽑아야만 하는 최악의 선거를 또다시 경험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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