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시대…유언집행자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상속의 신]

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61)
유명무실한 현행 유언집행자 제도
유언신탁과 수탁자의 확장된 역할
독일식 제도 도입으로 상속분쟁 예방
  • 등록 2025-04-27 오전 9:16:25

    수정 2025-04-27 오전 9:16:25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유언장 작성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는 유언집행자 제도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유언집행자에 대한 규정은 민법 제1093조부터 제1107조까지 15개의 조항만이 있을 뿐이고 실무례도 많지 않다. 유언장이 작성되면 유언장에 기재된 유언집행자가, 유언집행자가 정해지지 않거나 기재된 유언집행자가 거절했을 경우는 이해관계인의 신청으로 법원이 유언집행자를 정한다.

유언집행자의 권한은 제한적인데 유언장에 기재된 내용을 성실히 수행하고, 상속인과 법원에 유언집행의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정도다. 유언집행자에 대한 보수도 특별히 없고, 상속인의 권한과 충돌 여지도 있어서 유언집행자는 업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유언집행자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유언신탁과 유언대용신탁의 수탁자는 유언집행자와 유언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수탁자는 신탁계약에 따라 특정 목적을 위해 신탁재산을 관리·운용·분배하는 자인데,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생전 또는 사후 모두 활동이 가능하고, 법원의 개입도 없다. 수탁자는 신탁계약에 따라 재산의 처분도 가능하고, 신탁조건에 따라 신탁자의 재산의 투자, 운영, 관리, 배분까지 가능하다.

유언집행자와 비교했을 때 유언집행자는 ‘분배자’로서 역할을 하고, 수탁자는 ‘관리자 및 분배자’의 역할을 한다. 유언집행자는 유언의 집행이 종료되면 임무가 끝나지만, 수탁자는 장기적인 업무수행도 가능하다. 재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상황이 있을 경우에는 수탁자가 유언자의 의사를 더 잘 이행할 수도 있다.

유언신탁과 유언대용신탁은 고인의 사후에 법원의 검증절차가 필요 없고, 신탁계약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상속인간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상당한 금액의 신탁보수가 발생하고, 유류분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자산승계신탁’이나 ‘생전신탁’이라는 이름으로 금융기관에서 유언대용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실무에서는 거의 모든 유언신탁·유언대용신탁은 은행이나 신탁회사 등 금융기관이 수탁자로 지정된다. 상속 목적의 신탁 설계는 전문성과 장기 신뢰를 고려해 금융기관 수탁자를 설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으나, 1인 가구, 장애인 자녀 보호, 가족 간 신뢰관계에 기반한 소규모 사적 신탁에서는 비금융 개인 수탁자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비영업적인 신탁, 신탁재산이 비금융재산인 경우에도 개인 수탁자를 통해 신탁계약이 가능하다. 특히 변호사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상업적이지 않은 신탁계약에 적당하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나라의 유언집행자 제도의 부실함과 유언신탁계약의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독일의 유언집행자 제도(Testamentsvollstrecker)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제도는 상속재산의 안정적 처리와 상속분쟁 방지를 위해 매우 강력하게 설계된 제도다.

독일의 유언집행자는 고인의 뜻에 따라 유산을 관리하고 분배하는 독립된 법적 행위자로서, 우리나라 유언집행자처럼 단순히 유언을 이행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상속재산을 직접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유언집행자는 상속재산의 단독 관리 및 처분권 보유,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상속재산의 매각, 임대, 투자 가능, 유언자 지시에 따라 유증 및 기부 실행, 상속인 간 재산 분할 방법 결정, 상속재산에 대한 채무 변제, 상속세 신고 및 납부 등을 할 수 있다. 유언집행자를 견제하기 위하여 상속인이나 수유인의 신청으로 가정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

가장 특이한 점은 유언집행자가 가족기업승계의 계획을 짜고 직접 실행할 수 있고, 상속인간의 분쟁시 자산을 직접 매각하여 분배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미성년자나 장애인 가족이 있을 경우 유산을 바로 분배하지 않고 장기간 관리하면서 분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독일의 유언집행자 제도는 한국의 유언집행자와 유언신탁의 수탁자의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상속법 개정 시 유언집행자 제도를 대폭 고쳐서 독일의 유언집행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길 권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변호사가 매년 1700명 이상 배출되고 있고, 상속 분쟁이 점차 증가하고 상속재산관리의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으므로 유언집행자를 변호사로 선임해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법원이 유능한 변호사들을 유언집행자 명단으로 선정해 상속사건의 분쟁에 직접 개입하고 장기간 재산을 관리해 자산의 효율적 이용 및 상속분쟁방지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앞으로 상속의 시대에 많은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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