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외국인 취업자 100만명 시대와 안전

고광재 전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장
  • 등록 2025-02-25 오전 5:00:00

    수정 2025-02-25 오전 5:00:00

[고광재 전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장]외국인이 몰려온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노동력과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개방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이동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이민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조사 결과 국내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외국인 상주인구는 156만 명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4.7%는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취업자는 전년 대비 8만 7000명이 늘어난 101만 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도입한 고용허가제를 통해 유입되는 외국인 근로자도 2021년 5만 2000명에서 지난해 16만 5000명으로 늘었다. 대상 국가도 16개국에서 17개국으로 확대됐다. 외국인 취업자 100만 명 시대다.

국경이 없는 무한 경쟁 세계에서 일자리와 삶의 질을 찾아 떠나는 인구의 이동은 더 이상 특별한 모습이 아니다. 외국인 유입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이 생활 중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문제로 나타났다. 한국어 실력의 경우 말하기의 52.3%, 듣기의 48.5%가 보통 이하라고 응답했다. 말과 글이 통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고 차별이 발생한다. 언어문제는 사고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은 5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으로 작업환경이 열악한 고위험군이다. 이들 사업장에서 안전을 위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고 발생 확률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3년간(2021~2023) 산업재해를 입은 외국인 근로자는 8199명, 8509명, 9097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망자의 경우 2023년 사고사망자 812명 중 85명(10.5%)이 외국인으로 내국인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화재사고로 사망한 23명 중 18명은 외국인 근로자였다. 사고 후 근로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비상구 위치도 몰랐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근로자들은 취급하는 리튬전지의 특성도 모르는 듯 일반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하다 대피 시간을 놓쳤다. 뒤늦게 대피를 시도했지만 비상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몰려갔다가 막다른 공간에 갇혀 참변을 당했다. 폐쇄회로(CC) TV에는 이런 사고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의 위험 상황을 쉽게 알고 안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언어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HD현대삼호는 외국인 근로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번역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안전교육 영상을 나라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사고 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울산대는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과 협력해 산업체 맞춤형 한국어 시험 시스템을 개발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스마트폰으로 위험과 안전보건 관련 용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17개국 번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망 위험이 높은 작업에 대한 4대 금지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외국인 대체불가 시대다. 저출생·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외국인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외국인의 문제는 다양한 국가와 다른 문화, 안전에 대한 인지 수준, 복잡한 고용구조 등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독일이나 영국, 일본 등은 외국인에 대한 열린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현재 각 부처를 중심으로 해당 업무만을 개선하는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패러다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열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과 선이 이어져 완성체가 만들어지듯 외국인 근로자가 잠시 왔다 떠나는 ‘이방인’이 아닌 ‘또 하나의 이웃’으로 연결돼 함께할 수 있도록 촘촘한 안전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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