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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세심판원에서 당연히 승소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거주도 불가능했고, 실질적으로는 ‘주택’으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를 다투었고, 조세심판원 역시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간단했다. 등기부상 주택이고, 재산세도 낸 기록이 있으며, 지붕과 기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인가?
소득세법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건물’을 주택이라 정의한다. 이 말은 구조물로서의 요건이 아닌, 실질적인 주거 기능이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법적으로 건축물로 등록됐고 등기부에 연립주택이라 돼 있다. 주택으로 사용하던 건물이 장기간 공가 상태로 방치된 경우에도 공부상의 용도가 주거용으로 등재되어 있으면 주택으로 보는 것이다’는 이유만으로 주택이라고 단정했다. 다만 사실상 주거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폐가 상태이면 주택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에 대하여는 해석이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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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조세를 통해 공동체를 유지하고, 조세는 법률에 의해서만 부과한다. 그러나 조세는 국민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만 정당성을 가진다. 국가가 사람이 살 수 없는 폐가를 ‘주택’이라 우기며 세금을 부과하는 행위는,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이며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과세는 납세자의 생활을 고려하고, 실질을 반영해야 한다. 형식만 보고 세금을 매기는 시스템은 공무원이 국민을 주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단지 한 사람의 억울한 사례가 아니다. 대한민국 곳곳에는 이런 낡고 방치된 집들이 존재한다. 어쩔 수 없이 상속받고, 팔고, 세금에 시달리는 수많은 서민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세법은 그들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묻고 싶다.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도 ‘주택’이 되는 나라, 그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그 세금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단지 세금만을 많이 걷기 위하여 실질적인 것을 고려하지 않고 편의적으로만 세무행정을 할 것인가?
세금은 국가의 근간이지만, 국민의 삶 위에 놓여야 한다. 그리고 세금은 정의로워야 한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에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는 더 이상 정의롭지 않다. 이제 세금문제도 국민의 입장에서 실질을 고려하여 변화되어야 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