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 졸음번쩍껌 3종(오리지널·울트라파워·에너지껌). 각각 검정·파랑·보라색 알갱이로 구성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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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면 슬그머니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커피 말고는 방법이 없나 싶을 때 오랜만에 ‘껌’을 씹었다. 그것도 ‘졸음 확 깨는, 정신 번쩍 든다’는 이름의 기능성 껌이다. 그냥 쎄기만 한 민트껌이겠거니 싶었지만 씹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얼음 조각을 깨물며 와사비를 문 것처럼 화한 감각이 몰려왔다. 눈이 번쩍, 콧속이 시원하게 뚫렸다.
졸음번쩍껌은 롯데웰푸드(280360)가 2014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이색 기능성 껌이다. 수험생, 운전자, 야근자 등을 겨냥한 ‘졸음을 쫓는 껌’ 콘셉트로 주목받았고, 지난해에는 ‘에너지껌’까지 추가되며 총 3종으로 라인업이 확장됐다. 제품은 배달앱, 편의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80~87g 용기의 단품 가격은 3000원대 후반으로, 일반 껌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제품은 △오리지널(검정) △울트라파워(파랑) △에너지껌(보라)로 구성됐다. 오리지널은 전형적인 멘솔 민트향, 울트라파워는 이보다 멘솔 강도가 확 높아진 ‘각성 레벨’, 에너지껌은 박카스 느낌이 나는 특이한 향으로 구성됐다. 세 제품 모두 씹는 즉시 강한 화함이 퍼진다. 첫 출시 이후 시간이 꽤 지났지만 독특한 콘셉트에 최근 10~20대 수험생 대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 | 롯데웰푸드 ‘졸음번쩍껌’ 3종. 왼쪽부터 오리지널, 울트라파워, 에너지껌. 멘솔 강도와 기능 성분이 서로 다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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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울트라파워는 이름처럼 강도가 남다르다. 기존 껌에서 보기 어려운 수준의 멘솔이 입안 전체에 퍼지며 콧구멍과 기관지까지 자극하는 듯한 느낌이다. ‘악’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단순한 맛이 아니라 강한 자극을 통한 신체 반응 유도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자극을 견디고 몇 분만 씹고 있으면 실제로 졸음이 줄어드는 느낌도 든다.
효능의 핵심은 멘솔과 과라나 추출물이다. 멘솔은 상쾌한 향과 함께 구강과 비강의 휘산 작용을 유도하고, 과라나에는 천연 카페인이 들어 있어 씹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각성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에너지껌엔 타우린, 비타민B6 등 음료 성분도 포함돼 있어 기능성 콘셉트를 더욱 강화했다. 실제로 성분표 기준 울트라파워는 오리지널보다 카페인 함량이 2배가량 높다.
맛과 식감은 일반 껌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강한 자극 탓에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특히 에너지껌은 멘솔 자극은 덜하지만 타우린 특유의 단맛이 다소 이질적이다. 다만 커피처럼 마실 필요도 없고 에너지음료처럼 당이 많지도 않다는 점에서 각성을 유도하려는 이들에겐 대안이 될 수 있다.
 | | ‘졸음번쩍껌 킹(XXXL)’ 제품. 기존 오리지널 제품보다 크기를 키운 버전이다. (사진=롯데웰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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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시장 반응은 호조세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졸음번쩍껌은 지난해 기준 약 2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 신장한 수치로, 2020년(약 70억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한 수준이다. 롯데 껌 전체 매출 중 비중도 5%(2019년)에서 18%(2023년)로 확대됐다. 자일리톨 이후 기능성을 앞세운 대표 제품군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사실 국내 껌 시장은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입냄새 제거, 식후 입가심이라는 기존 수요는 젤리·사탕·초콜릿 등으로 대체됐고, 학령인구 감소와 생활습관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졸음번쩍껌은 기능성과 콘셉트로 틈새를 공략하며 반등에 성공한 사례다. 이제 껌은 단순 간식이 아닌 ‘기능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웰푸드를 비롯한 껌 제조사들은 이처럼 기능성과 효능을 앞세운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풍선껌으로 상징되던 껌의 쓰임새는 이제 실용적 용도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졸음을 쫓기 위해 껌을 다시 꺼낸 소비자들에게 졸음번쩍껌은 분명한 존재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