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국가기술자격이 신뢰받는 이유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등록 2025-03-04 오전 5:00:00

    수정 2025-03-04 오전 8:23:33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제 제자가 이번 기술사 시험에 응시하게 돼 부득이 이번 출제위원을 회피하고자 합니다.”

출제위원으로 참여 예정이던 어느 전문위원의 이야기다. 출제위원 선정은 극도로 보안이 유지되며 이틀 전 통보하게 된다. 출제위원의 제자, 친척, 가족 등이 시험에 응시할 경우는 무조건 제척 사유가 되며 먼저 스스로 회피하는 양심적 출제위원이 대부분이다.

국가기술자격시험은 어떤 공공 서비스보다 많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공단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통제를 일상적인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상시 리스크 점검반을 운영해 저·중·고위험 3단계로 493개의 목록을 관리하고 있으며 출제위원 등 7개 항목은 고위험 리스크로 중점 확인하고 있다. 공공조직의 이상적인 내부통제 모델인 3차 방어선이 적용되며 현업부서의 자율통제, 경영진의 내부통제, 감사활동의 순으로 관리한다.

국가기술자격시험의 현장점검은 최고 책임자로서 주요한 역할이다. 매서운 추위가 연일 이어진 지난달 5일 오후, 제135회 기술사 시험 출제 합숙 장소를 찾았다. 출제위원 등 250여 명은 시험이 끝나는 같은 달 8일 오후까지 나흘간 합숙 장소에 머무르며 출제에 전념하는 동시에 정보 유출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다.

기술사 자격은 국가기술자격의 최상위 단계로 자격등급은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기능장·기술사 단계로 구분한다. 1964년 기술사 등급의 자격 취득자가 첫 배출됐는데 지금은 6만 1000명에 이른다.

출제장에는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를 반입할 수 없기에 보안 요원들의 철저한 검사가 이뤄진다. 위원들은 출제에 참고할 수 있는 서적 등 자료 외에 그 어떤 것도 출제장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합숙 중에는 화장실 이용, 식사 전후 등 출제장을 벗어나는 매 순간 지속적인 확인이 이뤄진다. 이 원칙에는 공단 직원도 예외일 수 없으며 필자 또한 검사를 받았다.

인터넷 사용도 제한돼 법령, 용어 검색 등 특별한 경우에만 대장을 작성 후 보안요원의 참관하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부정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제135회 국가기술자격 기술사 필기시험이 치러지던 날 서울의 한 시험장을 방문했다. 이날 시험은 전국 12개 지역 38개 시험장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동시에 이뤄졌다. 이번 수험인원은 1만 3000여 명에 달했으며 수험 종목은 53개였다.

공단 직원은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전날 본부에서 배송한 문제지를 수령한 후 각 시험장으로 향한다. 제주는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기가 결항돼 사전에 준비한 비상 수단으로 문제지를 송부했다. 시험감독위원, 현장 요원들은 역할과 주의사항 등을 교육 및 전달받고 정해진 각 시험 교실 등에 입실하게 된다. 철저하게 계획된 공정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시험이 진행된다. 시험 중 응급상황, 비상환자 발생 등도 대비해 경찰청, 인근 병원 등과 긴급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국가기술자격, 전문자격시험이 거의 매주 주말마다 전국에 분포한 산업인력공단 지부·지사 주관하에 이뤄지고 있다.

“진정한 청렴이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신 있게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청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청렴한 자세를 가지는 것은 국민과의 신뢰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청렴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금품·향응 수수 등과 같은 부패행위를 하지 않는 소극적 행동뿐만 아니라 업무처리의 공정성과 투명성, 책임성, 서비스의 혁신성까지로 높아져 있다. 스스로 이해관계를 배척하는 출제위원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임을 다하는 관계자들의 건강한 마음이 공정한 국가자격시험을 넘어 국가경쟁력의 튼튼한 기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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