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운명의 신'이 손짓한다[이기일의 100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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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에 모수개혁 실마리
구조개혁 아쉬움 남지만 미래세대 위한 묘책 절실
  • 등록 2025-02-28 오전 5:00:00

    수정 2025-02-28 오전 5:00:00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지난 2월21일 국회 보건복지위 제2법안소위원회에서 27년 만에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출산·군 크레딧을 확대하는 연금개혁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소위에서는 “경영계,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여야 모두가 어렵사리 공감대를 이룬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부터 처리하자”는 의견과 “소득대체율은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구조개혁 과제와 연계돼 있으니 특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정부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자동조정장치 도입,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안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 무엇이고 어떤 게 우선순위인지를 살펴보자.

모수개혁은 쉽게 말해 기존 연금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해 각종 숫자를 조정하는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을 비롯해 소득대체율 조정, 보험료 납부 연령 상한, 연금 수급개시연령 상향 등이 이에 속한다.

구조개혁은 다층노후 소득체계(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내에서 소득보장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초연금이 현재는 노인 전체의 70%에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저소득노인을 대상으로 한다든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부분과 소득비례 부분이 나뉜 것을 소득비례연금으로 개편한다든지, 퇴직연금은 점진적으로 의무화하고 연금기능을 강화해나가고 개인연금도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서 연금기능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연구개발원(KDI)이 이슈화한 확정급여방식(DB)의 확정기여방식(DC)으로의 전환 또한 구조개혁의 하나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정부안에서 모수개혁 요소로는 보험료율 13% 인상, 소득대체율 42% 조정, 보험료 납부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올리는 것 등이 있다. 구조개혁 요소는 퇴직연금을 점진적으로 의무화하면서 연금 기능을 강화해 나가는 것, 개인연금은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연금의 역할을 하게끔 하는 것, 기초연금을 2026년 저소득층부터 시작해 2027년 전체노인 대상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 등이다.

그렇다면 정부안에서 새롭게 등장한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자동조정 장치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중 어느 쪽에 해당할까.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보험료율 숫자를 달리하는 것이기에 모수 개혁에 해당하고, 자동조정 장치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리기는 하나 모수 개혁적 성격과 구조 개혁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우선순위는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둘의 장단점이 명확해서다. 모수개혁을 먼저 하게 되면 개혁을 앞당길 수는 있다. 그러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인상 후 개혁에 대한 갈증이 해소돼 추가 개혁의 동력이 줄어 구조개혁의 진도가 안 나갈 수 있다. 반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하는 것은 전체적 틀 안에서 제도 간 정합성을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전체 개혁에 실기할 수 있다. 군 크레딧은 국방부가, 실업 크레딧과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 개인연금은 금융위원회가 함께 논의해야 하고 특수직역연금까지 확대하면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 교육부까지로 논의의 장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행정학에서 모든 정책은 공익적이어야 하고 선택한 정책은 바람직성(desirability)과 실현 가능성(feasibility)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바람직한 정책이라도 실현 가능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고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충분해도 그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결국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연금개혁에서도 바람직성과 실현 가능성을 두루 갖추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두 가치를 절충해 상호 공감대가 형성됐거나 꼭 해야 할 과제부터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 과제는 1년 등 일정 기한을 정해 처리하기로 합의하는 것은 어떨까. 비스마르크의 말처럼 운명의 신이 우리 앞을 지나가는 순간이다. 제때 그 옷자락을 잡아채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책무다. 만약 지금 잡지 못하고 놓쳐 버린다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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