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폐기한 스웨덴 "원전기술 최고 韓과 협력 기회"[대사열전]①

칼-울르프 안데르손 주한 스웨덴 대사
스웨덴, 44년만 원전 통한 에너지 생산 확대키로
SMR·방사성 폐기물 관리·R&D 등 협력여지 많아
계엄령 사태로 총리방한 연기됐지만…"다시 추진"
  • 등록 2025-02-20 오전 5:01:00

    수정 2025-02-20 오후 3:57:43

칼-울르프 안데르손 주한스웨덴대사가 4일 서울 성북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한국과 스웨덴 국기 사이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이소현 기자] “연구개발(R&D)과 신규 원자로 건설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과 협력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기회”

칼-울르프 안데르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웨덴은 1980년 국민투표로 원전의 단계적 폐기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기조를 바꿔 다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웨덴이 국가적 기조로 선언한 ‘녹색 전환’(Green transition)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공급이 있어야 한다는 정책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원전 폐기 정책 이전에 스웨덴에는 12기의 원자로가 있었다. 이중 6기가 폐쇄됐으며 나머지 6기는 3곳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현재 스웨덴 전체 전력 사용량의 30%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남아있는 원자로 역시 모두 1975~1985년에 만들어져 원전의 현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데르손 대사는 “현재 스웨덴의 모든 주요 산업은 전기화 및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2045년까지 전력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하는데 원자력 발전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향후 수십년간 원자력 역량 확대”

한국은 스웨덴이 교역하는 아시아국가 중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상품 수출국이다. 우리나라는 스웨덴에 자동차, 기타기계류, 운반하역기계 등을 수출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한국에 자동차, 의약품, 원동기, 반도체제조용장비 등을 등을 수출한다. 볼보, 이케아, H&M, 에릭슨, ABB 등 무수한 스웨덴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삼성, 현대차, LG 등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도 스웨덴에 연구개발(R&D) 및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의 원전 기조 변화는 두 나라의 협력을 강화할 또 다른 기회로 평가된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소형모듈원전(SMR)을 중심으로 스웨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삼성물산은 최근 스웨덴의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회사 샨풀 넥스트(Karnfull Next)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안데르손 대사는 “1970~1980년대 스웨덴은 원자력 강국이었지만 지난 수십년간 원전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수년 및 수십년에 걸쳐 원자력 발전 역량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안데르손 대사는 스웨덴의 원자로 폐기, 방사성 폐기물 관리, 장기 저장 분야 기술은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은 최근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포스마크 지역에서 사용 후 핵연료 1만 2000톤(t)을 보관할 수 있는 영구 처분시설 건설을 시작했다. 핀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영구처분 시설이다. 원전 강국이지만, 아직 고준위 방폐장 부지도 물색하지도 못하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안데르손 대사는 “스웨덴 환경 정책은 오염자 부담 원칙을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핵 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향후 중요한 협력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데르손 대사는 아울러 최근 스웨덴이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연구 및 혁신 관련 법안을 제정해 장기적인 정치적 지원과 재정적 투자를 확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특히 원자력 에너지 연구 분야에서 강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 역량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단순히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지식과 기술 측면에서도 양국이 협력하고 서로 배울 수 있는 많은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분야의 협력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웨덴 에너지청, 스웨덴국립연구원 등 정부기관 2곳과 볼보그룹, 스카니아, 알트리스, 그래노드 머티리얼즈 10개 전동차, 2차 전지 기업들로 꾸려진 배터리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모색하기도 했다. 안데르손 대사는 “스웨덴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산 배터리를 구매해 차량에 탑재하고, 스웨덴과 한국 연구기관 간 공동연구가 진행되는 등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스웨덴 대사관도 이러한 협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라밸 높이려면 여성 고용 높여야…자유로운 사고 중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 4일제 근무국가라는 의제를 던지는 등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은 한국의 주요 의제가 됐다. 스웨덴이 대표적 복지국가로서 워라밸을 지키며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안데르손 대사는 “근무시간이 비교적 짧지만, 동시에 많은 여성들이 고용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23년 기준 스웨덴의 15~64세 여성 고용률은 63.4%로 한국(55.8%)보다 높다.

그는 아울러 스웨덴이 이런 워라밸 속에서도 자동차·방위·항공우주·기계와 같은 제조역량을 갖추고 스포티파이, 스카이프,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스웨덴은 자유로운 사고를 중시하는 나라”라며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놀이와 실험을 통해 배우고 기존의 틀에 의문을 제기하는 법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교육 방식이 교사들에게는 도전적인 과제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 전체, 특히 비즈니스 환경에 큰 자산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회문화적 배경은 스웨덴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발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권고 정도의 느슨한 통제를 통한 배경이 됐다. 처음에는 전 세계 모두 의문시한 정책이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결과 결과적으로 스웨덴 초과사망(평균 사망 건수를 넘어서 발생한 사망) 비율은 10만명당 56명으로 유럽 주요국 가운데 스페인(111명)과 영국(109명), 독일(116명), 이탈리아(133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6명)에 비하면 높지만 단 한 차례의 학교 폐쇄도 없이 일상을 영위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다만 안데르손 대사는 “각 국가의 정치적·사회적 전통이 다르기 때문에 스웨덴의 대응이 방식이 한국에서 똑같이 적용됐을 경우 같은 결과를 낼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반대로 한국에서 효과적인 방식이 스웨덴에서는 같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각국의 사회구조의 전통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지만 전 세계적 문제에는 전 세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팬데믹의 가장 큰 교훈”이라며 “미래의 팬데믹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사태에서도 스웨덴 경제사절단 방문

안데르손 대사는 최근 계엄 사태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이 연기된 가운데서도 스웨덴 경제 사절단이 예정대로 한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좋은 친구는 초대받으면 찾아오지만, 위대한 친구는 어려운 시기에 초대받지 않아도 찾아온다”라는 오래된 격언을 들어 설명했다. 안데르손 대사는 “이는 스웨덴 기업들은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자유무역과 개방된 경제 그리고 양국간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스웨덴 기업들이 한국에 보여준 헌신”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데르손 대사는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정치적 어려움에 대해 “헌법과 민주적 제도가 현재 상황을 잘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스웨덴은 계속해서 한국의 든든한 동반자(Strong Partner)가 될 것이며 평화, 안보, 보건 및 혁신과 관련해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총리 방문이 다시 진행되면 이미 계획된 내용을 활용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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