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방식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껏 노조·경제단체 관계자와 공익위원들이 참여해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으나 노사 대표들이 자기 입장만 내세우다가 파행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그 대신 노사정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경제·노동시장 지표를 근거로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그제 노·사·전문가 간담회가 열려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하니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건설적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얼마나 소모적이었느냐 하는 점은 해마다 되풀이된 경직된 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자신의 초안을 내놓고 심의를 해 가면서 간격을 좁혀가는 방식이지만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결국 서로의 입장만 앞세운 힘겨루기로 이어지기 십상이었다.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래 노사 합의로 결정된 사례가 기껏 7번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90일로 정해진 심의 기한이 제대로 지켜진 사례도 9번에 불과하다.
하지만 논의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부가 2019년에도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제안하는 구간설정위원회 신설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노사 양측의 반발에 막혀 좌절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노동계는 사전 의견수렴 과정에서 배제됐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 나아가 직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얘기도 당연히 거론될 텐데 이 또한 노조의 반발을 넘어서야 하는 내용이다. 최저임금법의 관련 규정이 고쳐지는 마지막 과정에서도 마찰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파행이 되풀이되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사 모두가 지금 방식으로는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획일적인 최저임금 적용으로 한계 상황에 처한 영세 상인들이 기존 직원들마저 내보내야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모든 논의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이번에야말로 노사가 서로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최저임금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