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가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김경호 딜로이트 안진 디지털자산 센터장, 김종승 x크립톤 대표,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 박용범 단국대 교수 등 5명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자, 전문가들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활성화가 달러 패권 강화 수단이므로 한국도 원화 약세에 대비해 관련 법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글로벌 흐름에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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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테이블코인으로 글로벌 리더 목표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적인 가상화폐와 달리, 특정 자산(주로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과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가상화폐다. 탈중앙화와 투명성을 제공하면서도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테더 USD, 달러, 유로 등), 가상화폐(DAI), 알고리즘 기반(테라 USD) 등으로 구분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달러 기축 통화 정책을 유지하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계약 거래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승 x크립톤 대표는 “미국은 기축 통화국으로서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해야 하므로, 무역수지가 항상 적자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미국 달러와 국채를 준비 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확장 정책은 현행 제도와 법안을 고려할 때 비가역적”이라며, “미국은 준비 자산을 비축하고 1대1 상환 원칙을 유지하며,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기업과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이들이 달러를 예치하고 미국 국채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면서 규제를 감독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전 세계 무역 거래에서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경호 딜로이트 안진 디지털자산센터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CBDC 대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책을 전환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국제 거래에서 보편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무역국가인 우리나라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용범 단국대 교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무역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CBDC 대신 스테이블코인…한국도 준비해야
미국은 현재 19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BTC)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100만 개까지 늘려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발전을 저지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축 통화인 달러의 대안이 될 수 있는CBDC의 발전을 저지하려는 의도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CBDC와 비슷하지만, 발행 주체가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준비해온 국내 CBDC 시범 사업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CBDC는 사람들이 지폐 대신 사용할 이유가 없고, 모든 거래가 기록으로 남아 사용자들이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범 단국대 교수는 “CBDC는 국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화폐이지만, 스테이블코인은 현금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대체품일 뿐 그것 자체가 법정 화폐로 인정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급부상에 따라, 각국은 규제 체계 마련에 나섰다. 유럽은 지난해 미카(MiCA)규제법을 만들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높였다.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화폐인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발행량의 100% 이상을 안전한 자산으로 담보해야 한다.
미국은 아직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관련 논의는 진행 중이다. 김형중 학회장은 “치열한 디지털 화폐 전쟁이 시작된 만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김치 프리미엄을 끼고 거래되고 있어, 외환 거래시장의 왜곡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서둘러 규제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