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엔화 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택한 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에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차익이 늘어나면서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관세 리스크가 지속할 여지가 큰 데다, 미국이 일본이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엔화 강세를 압박할 수 있는 만큼 엔화 노출형 상품의 수익률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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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 18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는 9585원으로 마감해 연초(9065원) 대비 5.7%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 ETF’는 1만165원에서 9860원으로 3.0% 내렸다.
두 상품은 30년 만기 미국 국채와 국채 ETF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해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을 통해 수익을 추구한다.
두 상품 모두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수익률 희비가 엇갈린 건 엔화 노출 여부에 따른 차이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의 경우 투자 자산에 일본 예금 등 엔화자산이 포함됐으며, 미국 국채를 엔화로 투자해 엔화 강세 시 환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 반면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 ETF’는 달러자산으로만 투자 자산이 구성됐으며, 달러 환율에 노출된 상품이다.
다른 엔화 노출형 상품의 수익률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는 지난 18일 8895원으로 마감해 연초(8455원) 대비 5.2% 상승했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일본엔화초단기국채(합성) ETF’도 지난 18일 1만755원을 기록해 연초(1만60원) 대비 6.9% 올랐다.
 | (그래픽=이데일리 조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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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노출형 ETF의 수익률이 두드러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며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 강세를 나타낸 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70여개 국가에 대해선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되 최종 관세율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소비 둔화 및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달러는 약세를 보인 반면, 엔화 강세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기준 달러·엔 환율은 142.2엔으로 올해 초(157.06엔) 대비 9.5%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엔화 노출형 ETF 상품의 수익률이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트 대통령이 무역 적자를 해소를 위한 상호관세 협상 조건 중 하나로 일본에 엔화 강세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상형 iM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엔화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엔화 강세폭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달러·엔 환율이 130엔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달러·엔 환율이 13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일본 중앙은행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 다만 이는 일본 경제가 관세 리스크에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것이 전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