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 든 중기부 폐지설에 대한 우려[데스크칼럼]

  • 등록 2025-05-07 오전 5:40:00

    수정 2025-05-07 오전 5:40:0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어느 때보다 중소·벤처업계, 자영업계 지원이 중요한 시기인데 또 부처 폐지 얘기가 솔솔 나오네요. 정말 답답합니다. 부처규모를 키워 중점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과거로 돌아간다면 중소·벤처기업계나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만난 중소기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관가와 업계는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나 개혁신당의 정부조직 개편안의 공통점 중 하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폐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2년 인수위원회 시절 폐지설이 나온 데 이어 불과 3년 만에 다시 존폐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일찌감치 중기부를 산업에너지부(가칭)에 통합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제관련 부처 조직개편안에도 중기부는 타 부처와 통합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주당의 정부조직 개편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검찰 등 소위 힘센 정부조직에 칼을 대는 게 골자라고 하지만 중기부의 필요성은 후순위로 밀릴 듯한 모양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그들이 추구하는 국정방향과 시대가 요구하는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지속적인 인구감소,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 등에 맞춰 정부의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부처로 격상한 지 10년도 지나지 않은 부처의 존폐를 벌써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효율성 등 실익도 크지 않아 보인다.

대·중소기업의 뜨거운 감자였던 ‘납품대금 연동제’는 우여곡절 끝에 시행했지만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산적했다. 소상공인과 배달 플랫폼 간 갈등은 더욱 커지면서 현재 진행형이다. 벤처 생태계는 투자가 원활하지 않아 창업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회원국 가운데 자영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대책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정치권의 그림처럼 산업부의 하나의 부서나 외청으로 격하한다면 현재 수준의 지원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수백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창업 생태계의 많은 종사자들이 답답하고 억울할 때 기댈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의 지난해 매출액(1025조원)을 포함해 대기업 집단의 지난해 매출규모(2007조원)는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2549조원)의 약 80%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대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크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의 이 같은 위상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협력회사가 없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미래 한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될 활발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이 분야의 업무를 전담한 조직이 유지돼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국내외 경제상황이 엄중한 때는 중기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 자영업자 등이 대기업보다 외풍에 맷집이 약할 수밖에 없어서다.

6월 출범하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게 부처의 기능과 역할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능과 역할의 재검토가 반드시 존치해야 할 중기부의 폐지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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