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ㆍ중 테크기업 초장시간 근로경쟁, 한국만 느긋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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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10-01 오전 5:00:00

    수정 2025-10-01 오전 5:00:00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식 초장시간 근로 문화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더 오래, 더 치열하게’가 승리의 필수 조건으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EO들이 앞장서서 총력전을 선포한 빅테크 기업들이 속출한 가운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한다는 ‘중국식 996’은 물론 24시간 주 7일 근무를 빗댄 ‘007’ 유행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중국의 기술 굴기에 놀란 미국 테크 기업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뒤로한 채 얼마나 ‘성장 올인’에 매달리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AI 스타트업 ‘릴라’에선 80명 직원 전원이 996 근무제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주당 70시간 이상 근무를 채용 공고에 명시했으며 지키지 못할 거면 입사하지 말라고 했다. 원격 의료 기업 ‘펠라&델릴라’는 근무 방식을 996으로 전환하면서 기본 급여 25% 인상, 지분 2배 지급을 제안했고, 전직원의 약 10%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빅테크들 중에는 “세상을 바꾸려면 주 80시간 이상 일하라”고 말한 일론 머스크 CEO의 테슬라와 젠슨 황 CEO의 엔비디아 등이 꿈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며 이미 초장시간 근로에 불을 댕겼다.

풍요로운 복지와 유연 근무 등으로 상징됐던 실리콘 밸리의 변신 배경은 한마디로 위기감이다. 눈부신 기술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면 단숨에 도태되고 만다는 절박감이 젊은 인재들 뇌리에 깊숙이 뿌리박혀서다. 996 근무제가 과로사 논란과 노동자 반발로 중국에서조차 2021년 불법으로 규정됐지만 초장시간 근로는 미국의 젊은 창업자들에게도 성공의 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경쟁국들을 크게 밑도는 노동생산성의 제고 논의는 외면한 채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만 분주한 한국에 실리콘 밸리가 전하는 메시지 무게는 가볍지 않다.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하에서 더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도록 한 한국의 근로 환경은 혁신과 도전을 가로막는 벽이다. 밤잠을 물리치며 연구개발에 매달리는 미·중 인재와 손발이 묶인 한국 젊은이들의 미래 승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정부와 정치권은 냉정히 따져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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