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25만원·지역화폐, '반짝효과' 그쳐" 李노믹스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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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목 한국재정학회장 인터뷰①
“실무경험 많은 김용범 정책실장, 정책 조정 기대”
“지역화폐 효과, 30~40%뿐…추경, 생산성 높이는 데 써야”
“자연 세수 증가, 5년 61조…210조 마련하려면 증세해야”
중산층 이상 소득세 인상 제언
  • 등록 2025-06-10 오전 5:05:00

    수정 2025-06-10 오전 6:00:03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기업 투자 활성화와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도록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병목 한국재정학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확장재정을 기초로 한 ‘이재명노믹스’의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제언했다. 18세까지 아동수당의 점진적인 확대, 쌀값 하락을 보전해주는 양곡관리법 등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의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 회장은 특히 “국민에 돈을 나눠주는 건 정부 재정지출 중 효과가 가장 낮은 부분 중 하나”라며 20조원 이상 편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추가경정예산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탕감에 투입된다면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전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이행 재원인 210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소득세 등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자연 세수 증가분과 지출 구조조정으로는 재정을 감당하기 턱없이 부족하단 계산에서다. 법인세는 기업 경쟁력 제고·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재명 정부는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는 확장재정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평가는.

△재정지출을 늘리면 민간 소비가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다만 기업 투자 활성화와 고용 확대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건 재정지출을 어디에, 어떻게 쏟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질적인 성장 잠재력,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

-김용범 정책실장 등 대통령실 경제라인 인사가 단행됐다. 기획재정부 장관엔 어떤 인물이 적합하다고 보나.

△이론이 너무 앞서 갈 때엔 현실에서 가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교수 출신이 오면 학자적 신념을 밀어붙여 조정이 어려웠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이다. 이론적인 강점이 있는 두 학자 위에 실무 경험이 많은 기재부 관료 출신인 김용범 실장을 배치해 실무적인 정책 조정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차기 경제사령탑도 전문성 있는 관료 출신이 적절하다고 본다. 학자는 개혁 마인드가 있는 반면, 관료 출신은 안정지향적이다. 경제 방향은 대통령실에서 정하되, 이를 기재부 장관이 합목적적으로 운용해 나가야 한다. 정치인 출신은 정치적 관점을 경제에 투영할 수 있어 우려된다. 경제의 데이터나 움직이는 방향을 보고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야 하는데 여론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

-곧 올해 2차 추경 단행이 예상된다. 어느 규모로 어디에 써야 하나.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돌 것으로 전망돼 추경이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3년 연속 세수결손이 우려되고 있어 재정건전성을 감안해 2차 추경 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이미 1차로 13조 8000억원을 쏟아, 2차 20조원 규모 이상이면 많다는 느낌이다.

정부 재정지출 중 가장 효과가 낮은 게 국민에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지역화폐는 단기적인 위기 극복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일 뿐이다. 정부가 직접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면 예산이 100% 쓰이지만, 이를 가정에 나눠주면 기존의 소비를 대체해 효과가 제한적이다. 지역화폐는 학원비 등 본래 쓰던 곳에 쓰니 효과가 30~40%에 그칠 수 있다. 소비여력이 낮은 저소득층은 그나마 소비효과가 커 이들에게만 한정해 나눠주는 게 낫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오고, 그러면 돈을 푼 효과가 사라진다. 그 고통은 결국 실물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소득계층의 몫이다. 코로나19 때 부동산가격 상승의 타격이 서민에게 돌아갔다.

-추경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탕감도 전망된다.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단 점을 먼저 짚겠다. 또한 채무탕감은 경쟁력이 없어서 빠져나가야 할 분들을 정부가 계속 돈을 투입해서 붙드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정부 정책의 중점은 이들의 전직 훈련 지원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비중이 20%대 아래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편이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아동수당 확대, 양곡관리법 등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공약들도 있다. 어떻게 이행해야 할까.

△공약은 우선순위를 조정하지 않으면 재정에 부담이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영유아교육비 확대 등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겠단 취지로 이해한다. 하지만 제한된 재정을 고려해 저출생의 원인 해결에 초점을 뒀으면 한다. 취업과 주거 비용을 낮추는 게 먼저가 아닐까 한다.

양곡관리법의 경우, 식량안보 측면에서 어느 정도 필요성이 인정된다 해도 정부가 목표를 먼저 세워야 한다. 석탄산업이 사양화하자 정부는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펴 무연탄 생산량 목표치를 정했다. 농어촌도 자급 목표 수준을 정하고 그에 맞게 정책을 펴야 한다. 양곡법 등으로 새롭게 농촌에 유입되는 이들까지 혜택을 주면 시장이 인위적으로 왜곡된다.

-이 대통령은 공약 이행 재원을 지출 구조조정, 자연 세수 증가분 등으로 충당한단 구상이다.

△자연 세수 증가분은 2010~2024년까지 연평균 12조 2000억원 정도다. 임기 5년에 61조원 밖에 안된다. 지출 구조조정은 이전 정부에서도 많이 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몹시 고통스러울 것이다. 의무지출이 50%가 넘고 재량지출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다. 트럼프 미국 정부에서 일론 머스크가 했듯 해야 할 것이다.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보나.

△그렇다. 정권에선 꺼리겠지만, 증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수요, 기대치가 복지국가들만큼 올라가 있다.

이를 감당하려면 소득세와 소비세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소득세는 최고세율 구간을 현행 ‘10억원 초과’에서 낮추면 세입이 어느 정도 늘겠지만 그 정도로는 감당 못한다. 누진 구조에서 평균 소득 이상인 중산층부터 다 올라야 한다. 세금은 탑과 같아서, 밑이 넓어야 안정적으로 많이 걷을 수 있고 밑이 좁으면 허물어진다.

소비세의 경우 부가가치세는 지금 의식주 비용이 너무 비싸서 서민들이 어려우니 곧바로 올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국제유가가 상당폭 내려갔음에도 깎아주고 있는 유류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담뱃세, 주세도 올릴 수 있다고 본다.

-법인세는 어떻게 보나. 트럼프 정부는 15%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미국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높으면 기업 경쟁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한국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도록 낮춰야 한다.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대기업과 부자는 다른 개념으로, 법인세 인하가 곧 부자감세는 아니다.

전병목 회장은…

△서울대 자원공학과 학·석사 △라이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조세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한국주택금융공사 비상임이사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장 △IBK기업은행 상임감사

전병목 한국재정학회장(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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