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가 참고해야 할 악보에 음표는 없고 이런 지시문만 적혀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대다수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스위스 작곡가 제시 콕스(Jessie Cox)가 쓴 곡 ‘퀀티파이’(Quantify) 악보에 실제로 써있는 지시문이다. 1994년생 동갑내기 작곡가인 주정현과 최재혁도 처음엔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즉흥적인 연주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합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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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주정현과 최재혁은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스릴이 있었다”며 그간의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나이는 같지만, 활동 분야로 보자면 ‘물과 기름’ 같다. 최재혁은 클래식을, 주정현은 국악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첫 협업인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은 총 6곡을 선보인다. 주정현은 “우리 스타일을 고르게 볼 수 있는 무대로 구성했다”며 “서로가 만났을 때 융합되거나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들은 이질적이고 낯선 느낌을 주는 현대음악이다.
예컨대 주정현이 앙상블 블랭크를 위해 새로 작곡한 ‘원초적 기쁨’에선 전동 칫솔과 진공청소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는 “음악이란 건 결국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라면서 “연주자의 신체가 악기와 온갖 방법으로 접촉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디자인도 독특하다. 작은 삼각형 무대와 큰 삼각형 무대를 마주 보게 배치하고, 관객들은 그 사이에서 음악을 듣는다. 주정현은 “눈과 귀를 모두 열어놓고 보는 즐거움이 있는 무대”라고 언급했다. 최재혁은 “한마디로 오감을 넘어 육감을 깨우치는 공연”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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