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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변화’라는 이름의 경쟁에 내몰렸다. 디지털 전환, MZ(밀레니얼+Z)세대의 부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글로벌 리스크, 악화하는 법적 제재. 기업은 이 복잡한 변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과 중심의 제도나 유연 근무, 직급 파괴와 같은 변화를 쏟아낸다. 변화는 생존의 조건이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본질까지 함께 버린다는 데 있다.
요즘 많은 기업이 젊은 세대에게 맞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평등한 회의 문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보장, 복지 강화, 권위 해체 등을 시도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시대에 발맞춘 합리적 조직처럼 보이지만 정작 내부 구성원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직원들의 눈치만 보며 결정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의 고유한 미션과 핵심가치, 일에 대한 자부심, 공동체 의식은 서서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성과 평가에 대한 불신’과 ‘회사에 오래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젊은 직원들’이다. 이것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다. 기업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결과다.
요즘 기업 내부에서 ‘충성심’이나 ‘헌신’ 같은 단어는 꺼내기 어렵다. ‘일은 일일 뿐’이라는 인식은 대세가 됐고 경력은 내가 쌓은 것이지 회사의 역사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기업을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기술이나 자본은 ‘근육’이고 조직문화는 ‘심장’에 가깝다. ‘삼성맨’, ‘현대인’이라는 말이 한때 자부심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우리 회사’에 다닌다는 말 자체가 직원의 정체성과 연결돼야 한다. 일에 몰입하는 이유가 단지 연봉이나 평가 점수 때문이 아니라 이 조직이 가진 철학과 태도, 가치관에 공감해서여야 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자기 철학을 지키는 강한 문화와 이를 가능하게 만든 정부의 보호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수평적 소통과 창의성, 애플은 디자인 철학과 폐쇄적 완성주의, 대만의 TSMC는 “우리는 24시간, 7일 돌아가는 기업이다”라고 선언했고 이 정신은 지금도 모든 현장과 조직의 문화에 녹아 있다. TSMC는 미·중 반도체 전쟁의 핵심에 섰지만 대만 정부는 정치적으로 개입하기보다 국가 자산으로서 기업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TSMC는 오늘날 세계가 의존하는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우뚝 섰고 대만은 기술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업의 정체성과 함께 정부 정책 방향이 성공 요인이 된다. 특히 글로벌 초경쟁 상황에서 국내 1등 기업을 정치적 명분이나 단기적 여론 관리의 도구로 삼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수년간 반복된 사법 리스크와 정부의 직간접 압박 속에 리더십 공백과 조직 위축을 겪었고 그 사이 반도체 주도권은 TSMC에 넘어갔다. 미래 투자는 지연되고 기술 혁신의 동력은 약화했다. 이는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연금의 손실, 청년 일자리 축소, 협력사의 경영 위기 등 경제 생태계 전반에 연쇄 충격을 줬다. 국가는 기업을 규율할 수 있지만 견제보다 보호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자유롭고 책임 있게 자기 철학을 지켜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정치는 바뀔 수 있어도 기업이 쌓아온 문화와 정신은 지켜줘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조직의 핵심 정체성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능력이다. 고전이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것은 이와 같다. 기업이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공의 본질이다.
한 조직의 문화는 그 기업이 어떤 존재인지 말해주는 언어다. 기술은 모방할 수 있고 인재는 이직할 수 있지만 기업 고유의 정신과 문화는 복제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기업이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하고 너무 쉽게 중심을 놓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고 경쟁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시장이 흔들려도 기업은 결국 사람의 마음 위에 서야 한다. 그 마음을 지키는 문화가 진짜 오래가는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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