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재집권 후 첫 의회연설에서 미국을 보호주의 장벽으로 둘러싸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옹호하며 한 발언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있고, 경제는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고통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시장을 전혀 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볼 땐 미국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 덕분에 매우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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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책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마약과 불법 이민 문제로 25%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 자동차 업계 등 반발이 심하면서 일단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을 적용받는 상품에 관해선 관세부과를 한달간 미뤘다. 하지만 그는 또 캐나다산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해서는 250%의 관세를 10일 또는 11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 안팎에서는 “관세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만 알 뿐이다. 그의 측근들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불확실성’은 경제 주체들에겐 최대의 적이다. 기업들은 향후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고용 및 투자 확대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사업을 정상적으로 하기가 어렵다. 이는 데이터로도 나온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지난 1월(50.9) 대비 뚝 떨어졌다. PMI지수는 2022년 10월 이후 지난 1월까지 26개월간 50을 밑돌다 지난 1월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해 제조업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관세 폭탄’이 떨어지자 미국 제조업체들의 심리는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거의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시간 대학교 2월 조사결과(확정치)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향후 5년에서 10년간 물가가 연간 3.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직전월(3.2%)에서 0.3%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3%로 1월 대비 무려 1.0%포인트나 급등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향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이 향후 물가 상승을 예상하고 가격을 올리거나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실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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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은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경로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일 뉴욕에서 열린 통화정책 포럼 행사에서 “트럼프 정책 변화와 그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며 “연준은 경제 전망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며, 신호(signal)와 소음(noise)을 구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정책이 보다 확실하게 될 때까지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지속 가능하게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는 과정은 울퉁불퉁했고, 앞으로도 그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미국 경제가 빠르게 침체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관세 공방과 번복, 글로벌 무역 전쟁 촉발, 급격한 주식시장 하락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미국 황금기’ 분위기가 다소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한달 간 소비자, 기업, 투자자들이 더욱 광범위한 무역 전쟁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