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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국가의 경제정책을 이념으로 규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기업과 가진 자를 위하는 정책이라고 해도 중소기업, 근로자, 소비자 모두 혜택을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투자·고용을 늘릴 때 세금 감면, 예산 지원,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정책으로 고용을 늘리거나 임금을 인상함으로써 근로자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배당이나 주가 상승으로 주주들이 이득을 보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이나 높은 품질의 상품 구매로 혜택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가진 자의 세금 납부 증가는 정부가 복지예산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새로운 정책이 등장할 때마다 이념으로 구분해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려고 하며 심지어 이념 대립이 아닌 사안에서도 갈등을 부추겨 불필요한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를 초래한다. 이념 갈등은 국가로서는 늘 소모적이라는 점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할 대상이다.
이 세 가지 세금 정책의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최근 거론되고 있는 다른 세금 정책도 충분히 검토해 추진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득세 물가연동제다. 필자는 20여 년 전부터 소득세의 물가연동제를 주장해 왔었다. 지금처럼 소득세의 구간이나 세율 등이 고정돼 있는 상태에서는 물가상승에 따라 세금을 더 내게 된다. 특히 근로자들이 다른 소득자보다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더 세금을 많이 내는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처럼 물가상승에 따라 세율의 계급구간과 공제 수준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물가연동제를 소득세에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물가연동제는 비단 소득세뿐만 아니라 그 외에 한도금액이나 구간이 존재하는 세금에는 다 적용할 수 있다. 즉, 근로장려세제, 상속세, 재산세, 담배소비세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2015년 담배소비세의 대폭 인상 당시 담배소비세의 물가연동제가 검토됐지만 보류된 바 있다. 간헐적으로 500원씩 인상하던 것을 당시 일단 대폭 인상한 후부터는 일정 기간을 설정해 그때까지 물가상승을 반영해 그 폭만큼 자동으로 인상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세금 관련 정책을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면 우리가 경제가 뻗어 나갈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빌미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차제에 필자는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면서 우리 경제를 정치로부터 그리고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기본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에 충실해 자유시장경제 원칙과 구체적 실행 방향을 명시하는, 이른바 ‘자유시장경제 기본법’을 제정해 국세기본법 등 각종 세법과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법, 중소기업법, 공정거래법, 기업활력법 등의 기업 활동 관련 법들을 아우르는 모법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해 자유시장경제라는 기본에 충실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갑자기 중도 보수라고 스스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정당도 이러한 ‘자유시장경제 기본법’에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으니 이제 이러한 기본법 제정을 화두로 우리 경제와 기업이 험난한 세계경제 환경에서 활력을 갖고 이겨나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