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77% "자본시장 넓혀야"…방법은 규제보다 인센티브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개인 투자자 10명 중 8명은 자본시장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방법으로는 규제보다는 투자 인센티브 확대와 투자상품 다변화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 온라인 플랫폼 ‘소플’을 통해 개인 투자자 17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7.0%는 국내 자본시장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출처=대한상의)

그 방법으로는 규제보다는 투자 인센티브 강화를 첫손에 꼽았다. 응답자의 45.1%가 최우선 순위로 ‘투자 인센티브 확대’를 선택했다. ‘투자상품 확대·수익률 제고’(24.7%), ‘기업 규제 개선’(19.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지배구조 규제 강화’(10.2%)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근 정치권과 재계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른 상법 개정 같은 규제는 실제 투자 수익과 직결돼 있지 않다고 본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배당세 분리과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업 지원 등 국회에 계류 중인 투자 인센티브 법안들을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금융소득(배당소득+이자소득) 연 2000만원 초과시 근로소득 등과 합산해 최대 49.5%까지 누진 종합과세되고 2000만원 이하면 15.4%로 분리과세를 하는데, 이를 금액과 무관하게 분리과세를 하고 세율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보유 기간이 길면 세율 인하 등 혜택을 주는 외국 입법례를 참고해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도입해 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응답자 10명 중 9명(88.3%)은 국내 투자가 부동산과 해외자산 등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 ‘문제의 소지 커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응답자 상당수는 최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논의 중인 새로운 기업금융 투자상품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예컨대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모집·운용한 후 원금과 함께 투자 수익을 배분하는 IMA(종합투자계좌)는 내년 1호 상품이 나올 예정이다. 이 상품이 출시되면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74.3%로 나타났다.

민간 자금을 공모해 자산의 40% 이상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공모·상장형 투자기구인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경우 투자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66.4%에 달했다. BDC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IMA와 BDC 모두 모험자본 의무투자 비중이 규정돼 기업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개인의 투자 수요가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 자금 수요를 충족하고 경제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배구조 등 규제 관점에서 시각을 넓혀 기업과 투자자, 인센티브와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