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포털 다음(Daum)이 카카오(035720)를 떠난다. 지난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이 전격 합병을 발표한 지 11년 만이다. 본업인 카카오톡의 부진 속 인공지능(AI) 위주의 사업 재편 중인 카카오에게 다음은 비주력 사업이 된 지 오래다. 합병 당시 공언한 다음의 포털 경쟁력 제고와 해외 진출은 요원해졌다.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다음이 법인 독립 후 매각될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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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전신은 1995년 국내 최초의 포털로 출발한 ‘한메일넷’이다. 1998년 회원 수 100만명을 달성했고, 1999년 다음으로 간판을 바꿔단 뒤 같은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에서 살아남은 다음은 한때 주가가 54만원(무상증자 후 27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설립 5년만인 2000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네이버와 함께 국내 포털 양강 체제를 유지해왔다.
카카오 품 안에서 11년…사라진 다음의 존재감
당시 카카오와 다음이 밝힌 양사 합병의 배경은 시너지였다. 각자 보유한 모바일 및 인터넷 등 IT 전문역량을 활용해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및 시장 영향력 강화가 합병의 이유로 꼽혔다.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카카오톡)과 다음의 우수한 콘텐츠, 서비스 비즈니스 노하우, 전문기술 등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카카오 인수 후 다음의 존재감은 희미해져갔다. 다음의 검색 엔진 점유율은 네이버, 구글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에도 밀려 4위로 추락했다. 현재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2%대에 그친다. 전신인 한메일넷이 주력하던 메일 신규 가입자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카카오 체제 하에서 나온 다음의 서비스 개편도 호평을 얻지 못했다.
낮아진 플랫폼 몸값…재매각 시 조정 불가피
다음의 최종 분사 시점은 내년 3월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내부 논의를 통해 잔류 인원과 분사 계획 등을 확정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직원들이 잔류를 원할 경우 카카오에 남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가 현재 카카오톡과 AI 서비스를 제외한 비주력 사업 부문의 매각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다음 분사 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다음이 재매각될 경우 몸값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카카오에 합병될 당시 다음 시가총액은 1조원 수준이었다. 다만 다음이 포함되는 카카오의 포털비즈 매출이 2020년 4799억원, 2021년 1307억원, 2022년 979억원, 203년 881억원, 2024년 832억원으로 매년 급감했음을 감안하면 현재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