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힘의 논리…균형외교의 시험대에 선 한국[기자수첩]

미·중 패권 경쟁 격화 속 외교 환경 급변
외교 발언 하나에도 전략적 판단 요구되는 국면
  • 등록 2026-01-07 오전 6:00:00

    수정 2026-01-07 오전 6:00:0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력을 이용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국제 질서의 무게추가 급격히 힘의 논리로 쏠리고 있다. UN(국제연합)을 상징으로 외교와 규범이 작동하던 자리에 제재와 압박, 군사적 언어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맞물려 미국은 무력을 통한 ‘패권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베네수엘라 정권을 겨냥한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를 향한 구두 위협까지 한 상황이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때 다자주의를 강조하던 국제 질서가 무색할 만큼, 강대국의 이해가 앞서는 장면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 역시 미국이 비운 다자외교의 공간을 파고들며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가치와 규범보다는 국익과 세력권이 우선되는 전형적인 패권 경쟁의 구도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미국의 패권 행위는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하고, 베네수엘라 주권을 침범했으며,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므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중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에 한국이 놓여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과거 국제 정세의 급변 속에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뼈아픈 대가를 치른 경험이 있다. 선택을 미루다 외부에 의해 규정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실제 외교 현장에서 느껴지는 긴장감도 예사롭지 않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순간 한중 관계의 파장이 거론되고, 중국을 의식한 발언에는 미국의 외교적 입장이 즉각적으로 제기된다. 표현 하나가 외교적 신호로 해석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다만, 지금의 한국은 과거와 다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 헤엄칠 수 있는 국력을 갖춘 국가가 됐다. 그렇기에 더이상 어느 한 쪽에 기대거나 눈치만 볼 수는 없다. 균형외교는 모호한 줄타기가 아니다. 냉정한 현실 인식 위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힘의 세계로 재편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 외교는 더욱 주도적이고 치밀해져야 한다. 선택을 미루는 순간, 다시 역사의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가지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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