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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루 변동폭이 1%를 기록하며 출렁거렸다. 이는 지난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 혼란이 빚어졌던 2020년 11월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오랜 기간 미 증시 상승을 이끌며 사실상 하락장의 도피처 역할을 해왔던 M7의 약발도 다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의 7대 기술주(알파벳·아마존닷컴·애플·메타 플랫폼·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지수는 불과 3주 만에 12% 이상 급락했다. 이중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서만 35% 빠졌고, 엔비디아도 16%나 하락했다. 이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도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 17일동안 약세를 보이며 지난해 12월16일 종가 기준 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했다.
지난 2000년 3월 닷컴 버블 당시 ‘바보들의 베팅’이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대 제러미 시겔 교수는 “주식 시장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게 단순히 협상 전략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증시가 지나친 낙관론에 빠진 뒤 더 큰 조정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더해 관세 전쟁의 효과가 나타날 시점이 불분명한 점도 투심을 흔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지렛대 삼아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뚜렷한 증거는 없고, 오히려 고물가와 경기후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만 이어지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향후 주가 전망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미국 개인투자자 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 동안 미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개인 투자자는 20%에 그친 반면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을 전망했다.
시장에선 오는 12일 발표되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증시 분위기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8~19일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오는 마지막 CPI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CPI마저 높게 나올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CPI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3일, 고용시장 상황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1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서 구인(job openings) 지표, 자발적 이직률 지표는 11일 발표된다.
로리 칼바시나 RBC 캐피털 마켓의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미 경제의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점점 더 걱정스러워지고 있다”며 “우리는 까다로운 지점에 있으며 앞으로 몇 주가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