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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소송 과정에서 이씨가 한 번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아 원고 주장을 인정하는 ‘자백 간주’로 판단, 원고 청구 금액을 모두 인용했다.
그러나 이씨의 재산을 압류하거나 이를 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가해자가 교정시설에 복역 중일 때 영치금을 압류할 수 있지만 매번 교도소 담당자에게 전화해 수용번호를 말해야 영치금 잔액을 확보할 수 있고 통장 사본, 신분증 사본 등 각종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팩스로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법무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에서 영치금 잔액을 조회할 수 있지만 수용자가 지정한 민원인에게만 허용되며 이씨처럼 수용자가 거부한 경우에는 공개가 차단되기도 한다.
김씨처럼 손해배상금이 클 경우 교정당국 영치금 담당자에게 매번 전화한 뒤 통장 사본, 신분증 사본 등을 팩스로 내는 과정이 계속 반복돼야 한다.
김씨는 “어차피 전액을 받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영치금이 압류돼 범죄 피해자에게 전달되는 현실을 알고 싶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한 것”이라며 “회복적 사법을 중요시하는 사회라는데 재판이 끝나면 정작 피해자에게 모든 부담이 안겨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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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지만 김씨의 청바지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가 발견돼 2심에서 강간살인 미수로 혐의가 변경됐다.
김씨는 이씨의 범행으로 전치 8주의 외상과 기억상실장애가 생기는 등 상해를 입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2차 피해 상황과 이씨에 대한 혐의 변경 필요성 등을 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