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희토류 자원 협상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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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최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광물 협정 제안을 거절한 뒤 양국 당국자들 간의 논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경고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위성으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타링크는 전쟁으로 통신망이 작동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에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다.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스타링크를 잃는다면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스타링크를 이용해 해상 드론과 정찰 드론, 장거리 무인 항공기(UAV) 등을 운용하고 있어 접근이 차단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 CEO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파괴된 우크라이나의통신 서비스를 대체하기 위해 수천대의 스타링크 단말기를 긴급 지원해 현지에서 영웅으로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를 공략하려고 하자 스타링크 접속을 한차례 제한하면서 전쟁의 전개 방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앞서 베센트 장관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광물 협정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군사 지원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자원의 50%를 지분으로 요구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스타링크의 차단 경고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광물 합의안 초안이 작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폴란드 부총리는 자국이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구독료를 지불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백악관에서 광물 협상에 대해 “우리는 합의에 서명할 것이고 그게 꽤 단기간에 이뤄지길 바란다. 합의는 임박했다”고 말했다.
한편 머스크 CEO는 로이터의 보도가 나가자 X에 해당 기사가 “거짓”이며 “로이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로이터는 구체적인 내용을 문의하기 위해 머스크에 연락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