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부터 새까만 아연 정광(흙)을 나르는 트럭을 따라 제련소 안을 차로 5분가량 달려 도착한 제련소 공장에는 고온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주조공장 특유의 열기가 남아 있는 한가운데, 5㎏짜리 금속 덩어리들이 진공포장된 채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처음 봤던 까만 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얼핏 은처럼 반짝이는 이 광물의 정체는 전략광물 중 하나인 ‘인듐’이었다.
몇 달 전만 해도 1톤(t)당 6억원 수준이던 인듐은 최근 10억원 안팎까지 몸값이 급등했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소재로 주로 쓰이다가 반도체 등으로 활용 분야가 확대되는 등 수요는 늘어나는데 글로벌 공급은 줄어든 영향이다. 고려아연도 연간 100t 규모를 생산해 대부분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전종빈 고려아연 전자소재팀 책임은 “아연과 연 정광 부산물에 포함된 소량의 금속을 분리해 생산한 99.999% 순도의 인듐”이라며 “여러 원료에 소량으로 들어있지만 부산물에서도 이를 추출할 수 있는 곳은 고려아연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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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글로벌 전략광물기업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울산 온산제련소가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은·인듐 등 주요 산업용 기초금속을 최대 생산하는 제련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같은 원료에서도 더 많은 금속을 얻어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금속 회수율 기술 덕분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려아연은 전략광물 생산까지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주 금속을 추출한 뒤 남은 부산물에서 추가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은 전 세계에서도 독보적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부산물에서 금과 은 같은 귀금속뿐 아니라 인듐, 안티모니, 비스무트 등 전략광물까지 추가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연·동·니켈 공장이 연계된 생산구조를 갖추고 있다. 겉보기에는 다른 제련소들과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는 한 공정에서 제련이 끝나면 부산물을 다음 공정으로 옮기며 생산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혁신과 효율화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온산제련소 내부에서는 원료부터 부산물까지를 옮기는 차량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각 공장에는 완성된 제품들이 차례로 쌓여 열기를 식히며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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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함께 11조원 규모의 현지 제련소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기술 경쟁력 덕분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미국의 협력 제안을 받은 것이다.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되는 제련소는 온산제련소와 같이 게르마늄, 갈륨 등 핵심 광물 1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하는 복합제련소다. 생산 규모는 온산제련소의 절반 수준이다.
온산제련소는 미국 투자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한층 고도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연구개발(R&D) 인력 확충으로 미국 현지 요구 대응 및 새로운 제련기술을 개발해 온산제련소의 효율성과 생산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온산제련소에서 게르마늄과 갈륨 공장을 먼저 구축한 뒤 내년 말 시운전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이후 미국 공장이 완공되면 곧바로 현지 생산에 돌입하는 방식이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전략도 추진 중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비철제련 사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장 전략으로 약 10년 전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를 내세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력 다소비 산업 특성을 고려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한편,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와 전략광물 제련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온산제련소장은 “향후 50년을 책임질 미래 비전을 바탕으로 고려아연이 기술경쟁력을 선점하고 새로운 제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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