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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압둘라 2세 국왕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아이 2000명을 최대한 신속히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답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점령 구상을 밝힌 뒤 가자지구 주민 강제 이주국으로 이집트와 요르단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가자지구를 미국이 관리하고 재개발해 “중동의 리비에라(고급 휴양지)”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가자지구를 확보하고 보살필 것이며 이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과 이집트가 결국 가자 난민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요르단과 이집트에서 일정 구역을 마련할 것이며, 최종적으로 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곳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난처해진 압둘라 2세 국왕은 요르단은 2000명의 아픈 가자 어린이를 치료 목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이주 계획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과 이집트가 미국의 경제 및 군사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요르단에 대한 연간 1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미국 원조를 검토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요르단과 이집트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협박 도구로 삼을 필요는 없다”며 원조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부 장관은 회담 후 국영 알맘라카TV를 통해 “이집트가 주도하는 아랍 국가들의 계획은 가자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지 않고 재건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우회적으로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이주 계획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7~9일 실시한 로이터와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4%가 미국이 가자지구를 관리하고 팔레스타인인을 이주시키는 계획에 반대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55%는 반대했고 43%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지구의 휴전 상황은 악화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어기고 있다며 인질 석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즉각적인 인질 석방을 요구하며, 오는 15일까지 모든 인질이 풀려나지 않을 경우 “모든 협상은 무효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