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아닌 다리 세워라" 약자 위한 뜻 되새기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로 영면
화려한 삼중관 아닌 소박한 목관
"신자와 더 가까이"…관 낮게 배치
세계 각국 40만명, 마지막 길 배웅
이르면 내달 6일 새 교황 선출 돌입
  • 등록 2025-04-27 오후 7:17:16

    수정 2025-04-27 오후 9:37:34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장벽이 아니라 다리를 세우십시오.”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돼 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이 장례미사를 앞두고 성 베드로 대광장으로 운구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추기경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광장에서 교황의 장례미사를 집전하며 강론을 통해 교황의 말을 다시 강조했다. 평화와 화합을 중요하게 여겼던 교황의 뜻을 되새기자는 의미였다.

늘 낮은 곳에서 약자들을 생각하며 기도해온 교황은 이날 장례미사로 영면에 들었다. 교황청에 따르면 이날 장례미사에 25만명, 운구 행렬에 15만명 등 최소 40만명이 교황의 마지막을 함께 기렸다.

레 추기경은 “교황은 예수님의 말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를 마음에 새기고 그렇게 하셨다”며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두드러진 관심을 기울이셨고 넘치도록 당신을 내주셨다. 우리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특히 그렇게 하셨다”고 교황을 추모했다.

교황 즉위 이후 난민 문제를 겪고 있는 람페두사를 첫 방문지로 선택한 일, 2021년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를 방문해 이슬람 국가(ISIS)로부터 고통받던 이라크 국민의 상처를 어루만진 일도 언급했다. 레 추기경은 “난민과 추방된 이들, 가난한 이들을 위한 활동을 강조하는 교황의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추기경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가운데) 추기경이 교황의 관 앞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교황이 최근 일어난 전쟁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했다고 강조했다. 레 추기경은 “교황은 최근 일어난 전쟁과 그에 따른 비인간적인 공포, 무수한 죽음, 파괴 앞에서 끊임없이 평화를 간청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정직한 협상과 이성을 촉구했다”며 “전쟁은 언제나 모든 이에게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패배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늘 겸허한 태도로 사람들과 만났다. 지난 21일 갑작스런 선종 이후 진행된 장례 절차에서도 이같은 태도가 빛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교황의 장례 규정을 기존보다 간소화했다. 교황의 시신은 화려한 삼중관이 아닌 소박한 목관에 안치됐다. 입관 이후 장례미사 전까지 성 베드로 대성전에 관을 안치했을 때는 허리 높이보다 더 낮은 위치에 관을 배치했다. 조문객과 더 가까이 만나기 위해서였다. 교황의 유언 또한 남달랐다. 교황은 자신의 관을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의 장식 없는 무덤에 이름만 새긴 채 묻어달라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앞줄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교황의 관을 바라보며 박수로 경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교황의 한결같은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큰 울림을 안겼다. 교황청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성 베드로 대성전을 찾은 조문객 수는 25만명이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한 공식분향소에도 지난 22일 오후 3시부터 26일 오후 5시까지 3만여 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교황의 장례미사에는 전 세계 국가원수 약 50명과 군주 약 10명을 포함한 130여 개국 대표단도 함께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한국 천주교 조문단으로는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홍보국장인 임민균 신부 등이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장례미사에 참석해 약 두 달 만에 독대했다.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생산적인 논의를 나눴다”며 대화가 긍정적이었음을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란색 정장에 성조기 배지를 착용하고 장례미사에 참석해 의상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장례미사가 끝남에 따라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오는 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간의 애도 기간을 갖는다. 외신들은 후임 교황을 선출할 추기경단의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이르면 5월 6일 시작하거나 늦어도 11일 전에는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 이후 교황의 시신이 안치된 목관이 이탈리아 로마의 성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운구되고 있다. 교황은 유언을 통해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이곳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전했다. (사진=AP 뉴시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MICE 최신정보를 한눈에 TheBeLT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원한 스윙
  • 칸, '노출금지'했는데..
  • '李 신발' 품절
  • '엿 드이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